석산(石蒜)의 붉은 빛 속에는

 

김 익 택

 

죽음 아니면 살 수 없는

나무 그늘 아래

피 보다 붉게 피는 너는

참고 살아야 터득하는

삶의 진리를 말하는 가

보듬어야 품을 수 있는

사랑의 진리를 전하는 가

그 속내 알지 못하는 나

희안하다 그 말하면서

너의 붉은 빛에 취해

쉬이 발길 떼지 못하고 있다

돌아와 제발

 

김 익 택

 

 

때가 되면 돌아오겠지

양심이 있어 사랑도 알고 기다림을 안다면

이 시간이 지나면

네가 나에게 돌아온다 해도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어

사랑이 유효기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늘 불안한 마음에 시달리다 보니

기다림도 세월에 무뎌 지고 사랑도 식어

마음도 변하는 것도 사실이이라

먼 훗날 후회하드라도 그때는 그때의 일

나를 떠나 네가 행복하다면

붙잡아서 안될 사람

그런 생각도 들었어

붙잡아서 내 사람이 된다 해도 평생을 두고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잘 했다는 위안이 아니더라도 다행으로 여길까

자신감에 의문이 들곤 해

생각이 생각을 만드는 것이 사람 마음인데

내가 참 바보 같아

미움 뒤에 아쉬움이 반감이 되곤 해

문제는 이대로 헤어진다면

내가 다른 남자 만나기가 두렵다는 거야

내 잘못 아닌데 죄 지은 같아

아니 또 다시 좋지 않는 일이 생길까 봐

사랑의 방식에 이론이 있는 것 아니지만

미리 걱정이 되곤 해

옛날처럼 네가 돌아오면 그 이상 좋은 일 없을텐데

돌아와 재발

 

사랑의 화신 꽃무릇

 

김 익 택

 

 

너의 심장이 온통 붉은 것은

이해할지라도

너의 마음이 온통 붉은 것은

어림짐작 밖에

헤아릴 수 없다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는

죽어서 영원히 사는

사랑 얘기

피같이 피어

흔적없이 사라지는 보름은

눈 가진 사람은 울고

마음가진 사람은 아프게 해

아름다움을 심고 사랑을 심는다

달밤에

 

김 익 택

 

 

구름에 숨어 알을 낳는 달

숨리조차 죽인 달

집 안을 기웃거렸다

소쩍새 소리 솔숲을 울리고

어둠이 검은 바람을 몰고

닭 집을 헤집었다

두더지가 땅속에서 나와

달 바라기를 하고

집 지키는 개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 근원지를 찾는다

별을 꿈꾸던 아이 코고는 소리에

별이 잠들었다

아주 평화롭게

꽃무릇의 미혹(迷惑)

 

김 익 택

 

 

어느 미인의 속 눈썹같이

올곧게 뻗은 꽃술이

꽃잎을 포용하는 너의 모습

꽃잎이 꽃술인지

꽃술이 꽃잎인지

의문을 혼돈케 하는

너의 자태가 미혹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같이

잃어버린 사랑

혹은

이루지 못한 사랑

그 운명의

뒤바뀐 삶이야기인지

뒤바뀐 사랑얘기인지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일어나는 의문 또한

미혹에 빠져들게 한다

너무 늦었어

김 익 택

 

 

꼭 가야 해 안 가면 안돼

너무 늦었어

이제 와서 이러면 서로가 불편해

세상에 절반은 남자야 찾아봐

사랑이라는 거

사람 마음이라는 거

쉽게 변하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지만

네가 소식을 끊은 뒤

내 마음을 헤아려 봤다면

단 한번이라도

어제는 맑았고 오늘은 비가 오고 있어

날씨 탓이라고 생각해

꽃 떨어진 뒤 찾아오는 나비같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생각해

지금 뉴욕은 아침이지만

여기 서울은 저녁이야

잊었어 전파가 빛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찬 바람이 지나갔다고 생각해

오십만년전 지구 탄생이래 지금까지 돌고

삼백만년전 인류 탄생이래 지금까지

맥박은 계속 뛰고 있지

네 손에 든 폰 장난감 아니잖아

나만 빠른 시대 살고 있는 건가

그만 하자

그나마 남은 정 떨어지지 않게

 

꽃무릇 붉은 빛의 고찰(考察)

 

김 익 택

 

 

당당한 여인의 눈빛인가

불타는 여인의 가슴인가

죽은 어느 여인

한이 사렸는가

그렇지 않고서 야

꽃도 꽃술도 저렇게

피를 토하듯 븕을 수 없는 것이지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김 익 택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그의 고향이야기를 들어 본다

고소하고 달콤하고 씁쓸한 맛의 참 의미를

시련과 고난 밖에 없는 삶의 이야기가 들어 있음을

누군지 모르지만 정성과 사랑과 희망이 들어 있음을

아픈 몸 이끌고 더위와 힘든 노동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돈을 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는

돈을 벌어야 내 아이 공부시킬 수 있다는

어미의 간절한 소망의 맛이 들어있음이다

아프리카 오지 사막이던 아메리카 오지 산악지방 이던

피로 화복제가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은

우리가 편히 마시는 몇 천원의 가격 그 뒤 숨은

힘든 노동요가 스며들어 있고 희망의 꿈이 들어있기 때문이리라

추우면 난방 더우면 냉방이 잘 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편하게 즐기는 한잔의 커피

아늑한 사무실에서 나 홀로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그들의 노동의 희망을 마시는 것이고 삶의 애환을 마시는 것

그들을 위해 나를 위해 사랑으로 마셔야 하고

고맙게 마셔야 하는 것이다

길 일은 삶에게

 

김 익 택

 

 

손을 보지 말고 태양을 보세요

대낮에 개고생을 하다 타 죽는 것이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길이 반듯한 아스팔트 아니지요

그대가 살길은 영혼이 깃던 땅속 뿐

죽은 뒤 꽃 길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대 지금 가는 길이 고행인지 살신성인지 몰라도

여름 대낮은 아니지요

먹고 살아야 하는 배고픈 눈밝은 삶들 많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생명을 두고 모험하는 거 아니지요

비 온다는 소식 있었나요

지금 시멘트 도로는 프라이팬

땅 위에 걸어가는 삶 개미 외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대가 안쓰러워 풀숲으로 옮겨 놓는 내 행동이

삶의 방해인지 보시인지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35cº 도로위에서 소금구이 되는

그대 모습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몸부림치는 그대를 숲속으로 던져 놓고 가는 나도

마음 편치 않습니다 잘 살았으면 간절 바람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대여 안녕

 

김 익 택

 

 

오늘도 난 그대가 웃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대 생각만으로 즐겁고 행복해도

내가 그대에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면 좋고 만나면 더 좋고 그대가 웃으면 행복했습니다

그대를 생각하면 나는 항상 모자라는 사람

아무 생각 나지 않고 지식도 지혜도 먹통이 됩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아는 것 보다 착한 것이 자랑 아니라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유머라는 것이 위트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답답했습니다

노력은 했으나 그대 앞에 서면 자신감이 없습니다

그럴수록 그대는

딴 세상의 사람 차원이 다르고 이상이 다른 사람

사랑으로 메울 수 없는 욕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희생으로 행복을 유지할 수 없음을 생각했습니다

그대를 만남은 행복하고 축복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그대를 만나면 만날수록 내 뇌리에 또 하나의

의문이 양심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대와 나 인연은 여기까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라는 것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편지를 쓰는 지금 마음이 아픔을 헤아려주었으며 합니다

그래도 지금 나의 선택이 나를 위한 그대를 위한

결정임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이제 그대 기억은 가슴에 그만 안주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사랑했고 행복했습니다

건강 하세요

나그네와 아이

 

김 익 택

 

꽃을 만지는 소녀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

또 그 모습 바라보는 나그네

그의 마음속에는

아장아장 어린시절 꿈과 세월의 덧없음이

흐르고 있다

있었던가 아득한 오랜 옛날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는

있어도 너무 많은 아픈

배고픈 소원은 이루었으나 돌릴 수 없는 늙음

빼빼 마른 아이 배고파 울고

온몸 부스러기에 아파 우는 아이

있어도 모르는 세대

그를 바라보는 주름밖에 없는 나그네

우울속에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정말 사랑한다면

 

김 익 택

 

쉽게 잊을 수 있다면 사랑 아니지

깊은 뿌리는

비바람에도 뽑히지 않듯이

정말 사랑한다면

하늘이 둘 사이를 갈라 놓기 전에는

헤어지다는 것은 참 사랑이 아닌 것이지

잘 생각해 봐

늘 행복하다면 불행을 생각해야 하고

불행하다면 행복을 꿈 꾸듯이

사랑은 불행을 이겨 나가는 것이고

사랑을 지켜가는 것이지

사랑하고 헤어진다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사랑도 이별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아픔도 작고

후회도 작다는 것이지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믿음이 기본인데 그 믿음이 무너지면

기쁨은 잠깐일지라도 후회는 오래가지

사랑한다는 말

하기 쉽지만 책임은 무겁지

싫다는 말 좋다는 말

그 뒤에 반드시 원인이 있지

우리 앞에 어떤 슬픔이 있더라도

사랑한다는 말만 하고 살자

 

 

 

암중모색(暗中摸索)

 

김 익 택

 

꽃 중에 꽃이 되는 것을 꿈 꿨다

암중모색은 책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따라주지 않고

엉덩이가 따라주지 않았다

하품까지 침대를 바라보게 했다

집 떠난 아이디어는

바다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늘씬한 노랑머리 비키니 사진만 보내왔다

하얀 얼굴 파란 눈 오똑 솟은 코

웨이브 금발머리 아가씨였다

사람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음악소리가 들렸다 노래는 그랬지만

자극적인 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가슴이 울렁거렸다

얼굴이 붉어졌다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 갔다

워드 화면에 커서 몇 시간 째

홀로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사랑을 참 모르겠어요

 

김 익 택

 

 

지금 그대의 소중한 기억이 언제까지 갈까요

생각하기도 싫은 이별을 생각하게 되는 건

내 사랑이 불안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내 맘 같지 않는 성격차이 인가요

아니면 내 조급한 성격 탓인가요

아니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까요

사랑을 참 모르겠어요

헤어져야 한다는 것 잊어야 하다는 건

만남보다 쉬운 건가요

나 혼자 고민하는 시간 길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덤덤한 그대에게 사랑하느냐 물으면

사랑한다고 하지만 감정표현이 없어요

난 그것이 답답해요

예의를 지키는 것인지 점잖을 빼는 것인지

관심이 없는 것이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매력이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성격까지 고칠 수 없지만 의심이 가는 것 또한 사살입니다

때로는 내가 과민 반응을 하는 걸까

나만 안달 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해요

그런데 나는 그가 좋아요

하지만 나도 사람이라 제풀에 제가 지치기도 해요

난 어떡하면 좋아요

사랑 참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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