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은 신불산입니다
김익택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는 것
모두 내 놓은 신불산은
일찍이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네 삶과 함께 해온
꿈과 희망 사랑을 품고 있는
축복의 산입니다
경치 좋고 물 좋은 마을마다
흘러가는 냇가는
물장구치고 고기 잡고 놀던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겐 나무 베어 집을 짓고
밥을 짓고 나물 캐고
풀을 뜯어 농사짓던 삶터였습니다
신불산
신불산에 태어나 신불산으로 돌아가는
삶들만의 산 아닙니다
이나라 국민모두
생명의 산이고 믿음의 산이고 사랑의 산이다
이나라 삶의 발전과 영혼을 품어주는
이나라 남쪽
민족 영산입니다


낙남정맥 신불산
김익택
단조성 아늑한 늪
하늘의 뜻을 담아
낙남정맥 끝자리에 우뚝 서서
내 안에
정신적인 삶의 지주
통도사를 심장에 품었다
돌 굴리며 흐르는 옥수
들래벌 흘러 들어
마을마다
어미 닭 알을 품듯 아늑하고
굽이 굽이 흐르다
문수산 필두로
동해에 잇닿은
강 기슭마다 삶의 생명들을
흡족히 적시며 흘러가고 있다



신불산 밤 하늘
김익택
나 오늘 밤
기러기 집 찾아가는 달빛 아래
모처럼 하늘을 보고 가슴을 펴네
먹빛은 달빛을 우려내고
별빛은 먹빛을 우려내는
신불산 산 그늘
하늘은
아이의 맘을 닮아 저리도 맑은 것인가
나 오늘밤 하늘이 하도 맑아
아이로 돌아가 추억을 얘기하는 것조차 미안하다
가만히 쳐다보면
내 어머니 푸른 물을 깃던
우물 같은 하늘
약초 밭을 헤매던
노인의 눈빛 같은 별
내가 아이 때 꿈을 심던 그 하늘
내 어린 꿈 밭에는
공장 매연과 도시의 매연에
숨을 죽인 지 오래
나 오늘밤 문득 너에게
정말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너는 언제나 그대로인데
어릴적 풋풋한 꿈 이루지 못하고나만 늙은 것 같아 울고 싶다


신불재 약수
김익택
정수리에 쏟아지는 피같이
비스듬히 누운
고운 여인 음부같이
더 넓은 초원
갈대 춤추는 아늑한 곳에
솟아나는 물
한 모금만 마시면
내일 죽을 사람
다시 살아날 것 같은
생명수 졸졸 흐른다



공룡능선 바위
김익택
네가 무슨 말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시간과 공간 그 사이를
내 작은 심장이 수용할 수 없고
내 작은 머리가 극복할 수 없다
깨지고 일그러지고 금이가고
돌출 함몰 부식 탈락이
갖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그렇지 그렇구나
막연하게
이해가 되어도 대답을 할 수 없다
모르긴 해도
빛과 바람과 비의 이야기인 즉
듯 없는 시간에
듯없이 살아가는
석순이 자리는 세월을
내가 안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뿐
저 바위에
흐르는 물길을 만든 족적은
더불어 사는 이끼도
모르는 것이지



단조 늪
김익택
주의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허물어진 검은 돌무지 단조성
일천고지에 넓은 뜰
단조 늪은 언제나 포근하다
맑은 날에는 구름이 놀다 가고
바람이 쉬었다 가는 그 곳은
일찍이 어사 박문수 감탄했던
천년 요새
억새 푸른 풀이 바람에 너울댄다
우리가 우리 가슴에 총을 겨누었던
민족의 이념 전쟁 6,25
아픈 역사의 마지막 현장
붉은 피 흐르던 그 자리
뿌리박은 억새 한없이 푸르고
진달래가 더 붉다
태초의 우물같은 아늑한 그곳은
설맹초 솔나리 개족도리풀
진퍼리새 방울고랭이
박새가 숫처녀 같이 풋풋하다



신불산에 올라
김익택
신불산에 내려다보면
들레벌 넓은 들이
앞마당 체전 밭 같이 아담하다
그 앞에 삼동 삼남 언양 두서 범서
작은 산들이 파도같이 굽이치고
옴팍한 골자기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과
태화강 줄기 따라 빌딩과 아파트
바닷가
자동차 선박 화학공장
하늘과 바다가 붙어있는
동해 배들이 미니어처처럼 귀엽다
남쪽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산맥
영축은 천태 만어 낙동 너머 신어까지 뻗어
김해가야 넓은 들에 닿아 있고
동북으로 달려가는 산맥
간월은 가지 고현 백운 천마
동해 호미꽃까지 뻗어
포항 경주를 포용하고 동해에 닿았다
서쪽으로 달려가는 산맥
백운 능동 재약 천황으로 밀양에 닿았고
북으로 달려가는 산맥
운문 문복은 청도 내륙에 닿았다
아 구름 아래 삶들
위대하다 장엄하다 아름답다
삶들이 경이롭다



신불산
김익택
낙남정맥 마지막 중심
높게 솟은 신불산은
홍류폭포 옥수
작천정 호반에서
구름 같은 바위 타고
바람 같은 여울 타고
태화강을 흘러 들어
동서양을 아우르는
태평양에 흘러 들고
영남 알프스 중심
신불산은
금강폭포 옥수
들래벌을 적신 뒤
울산시민 생명수가 되고
자동차 조선 화학공장
공업수가 되어
태화강을 흘러 들어
태평양을 흘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