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은
김 익 택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땅에서 바다에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
땅으로 바다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되기까지
시간은 인내다
네가 몰라 금방이고
네가 몰라 쉬이 내리는
비 같아도
그 속을 알면
시간은 역사이다
수용 포용 용해 용융 응고 분리 분해
또···
하나가 모여서 힘이 되고
하나가 모여 새로운 무엇이 되기까지
시간이 과학이다
탄생해서
소멸하기까지
그 과정은
삶의 진리
인간의 생명 그것과 다름없다
비는 새로운 삶의 시작
김 익 택
이 나무 저 나무
저기 아스팔트 저기 예쁜 화단
가리지 않고 내는 비를
창가에 서서 바라보고 있으면
바닥에 떨어지면 자살하는 것 같고
화단에 떨어지면 희생하는 것 같다
아니 더 자세히 바라보면
바닥에 떨어지는 비는
왕관을 만들고 꽃을 만들며
웃으며 흘러가고
화단에 떨어지는 비는
검은 땅으로 스며들어
그 표정을 알지 못해도
생명의 근원이 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순간
장소 시간 구애 받지 않고
낮은 곳으로 낮은 자세로
내가 의지가 아닌 자연으로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으로
너의 삶의 시작이 된다
비 너는
김 익 택
검고 깊은 밤
세상의 죄인 가슴
서늘하게 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마구 쏟아지는 너는
그치고 나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위대한 삶의 선물이다
더러운 곳 아름다운 곳
죽음과 삶 가리지 않고
먹으면 삶이 되고
마시면 생명이 되는
신이 내린 생명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