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지의 조용한 철학
김 익 택
너는 가만 있어도 내마음이 맑아지는 건
네 가슴에 떠 있는
하얀 구름 사탕을 베어 먹는 일
먹고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먹고 먹어도 달콤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은 건
평생 닮고 싶어도 닮지 못한 하늘을 닮았기 때문이다
감사해도 듣지 못하는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듬뿍 젖는 일
매양 너는 주고
매양 받고 가는 나는
가져가도 흔적 없는
조용한
베품의 철학을 배우고 베품의 미학을 배운다
하늘로 보낸 편지는
김 익 택
그 언젠가 만날 그날을 위해
마음에 쓴 편지는
한 움큼 쥐어도 새어 나가는 바람
세월이 흐를수록 익은 사랑은
아까워서 마시지 않는
먹을 수 없는 시어버린 초
생각은 어려도 가슴은 늙어버린 꿈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할
그 편지는
심어서 새싹이 돋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때까지의 정성같이
아픔은 있어도 희망
어제는 아파도 오늘은 새롭다
시작이란 말은 해도 마지막이란 말은 하지 말아요
김 익 택
잊어도 되고 잃어버려도 되는 말 있다면
마지막
기적이라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이상의 그 끝
삶의 그 끝을 의미하는 말이라면
하나님만 할 수 있는 말
행복 축복 행운까지도 마지막이라는 말은 싫다
축하해야 하고 축복해야 할 말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말
시작
지극히 평범하고 소담일지라도
더 많은 얘기 더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시작
세상에 시작 그 말보다
신선하고 아름답고 희망적인 말은 없다
사람아 사람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비록 내일 마지막 일지라도
시작이란 말은 해도
마지막이란 말은 하지 말아요
5월의 비는
김 익 택
비바람 불어 문이 덜커덩거리는
5월의 비는
그 옛날 농부에겐
피와 땀으로 대신할 수 없는 선물
별 보고 일어나 별 보고 돌아오는
몸 바쁜 5월
부지깽이도 돕고 죽은 조상도 돕는다는
등골 빠지는 5월
자식공부 시집 장가의 밑천이며 시작이었던
정신승리 5월
고생을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는 기쁨은
굶어도 배부른 논배미마다 찰랑대는 물
하늘밖에 모르는 이른 아침
정독대 정화수를 떠놓고 조상님께
애타게 빌었던 5월의 비
연타석 3일
반가워서 우는 눈물같이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희망과 욕망의 차이
김 익 택
꽃이 피기도 전에
아름다움을 생각 하는 걸 보면
꽃을 사랑하나 보다
열매가 익기도 전에
열매를 딸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기다림은 아름답다 라는 말과
기다림은 음침하다 라는 생각은
꽃이 필 때 아름다운 맘과
익지 않은 열매 떫음을 모르는
희망과 욕망의 차이
눈에 담고 가슴에 담는 힘의 원천은
기다릴 줄 아는 믿음이 바탕이지만
친절한 속임과 오만한 욕망은
은근한 기대치가 숨어 있는 것이지
진실의 아름다움은
거짓이 없기 때문이지
어떤 늙음의 후회
김 익 택
내 몸이 무거움을 느낄 때
내 삶이 무거움을 느낄 때
슬픔과 기쁨의 대비는
웃음 뒤 울음이고 울음 뒤 웃음을
그때서야
비로소 아는 것인데
행복과 사랑을 돈에 쫓다
놓쳐버린 건강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단 한번 삶을 즐기지 못한
늙은 삶이
지난 날을 돌아보고 있다
꿈을 부르는 봄
김 익 택
너를 만나는 날은 웃음이 생활을 만드는 시간
너는 잎이 피어도 내 눈에는 꽃이었고
내 코에 스민 초록은 맛을 부르는 향기였어
약속 없어도 밖으로 부르는
초록은 현실적인 단꿈
보이는 것 모두 감사해야 할 것들과
사랑해야 할 것들로 가득 차 있었지
듣지 않아도 들리는 바람 소리는
초록향기를 머금었고
말하지 않아도 웃게 하는 햇살의 부드러움은
초록빛을 머금었지
삶들은 모두 죄도 모르고 벌도 모르는
천진난만함
세상에 가득한 새로운 삶들은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었지
당신과 그대 그리움은
김 익 택
슬프지 않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죠
혼자가 아닌데 왜 이렇게 외롭지요
곁에 있어도 먼 당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그대
오늘 하루도
미련과 아쉬움이 갈등을 하고 있네요
사랑을 해도 그리움을 모르는 당신
그리워해도 사랑을 모르는 그대
오늘밤은 어느 별을 그리워하고
내일 낮은 어느 시공간에서 찾아 헤맬지
내가 나를 모릅니다
당신과 그대를 향한 마음은
켜켜이 밀려와도 쌓이지 않는 파도
생각이 머무는 동안
쌓아도 보이지 않는 무명탑입니다
손끝에 촛불이 타오르고
머리끝에 횃불이 훨훨 타오는
마음의 성불은
바람이 오고 가고 빛이 오고 가는 하루일지라도
풀리지 않는 당신과 그대 그리움은
짧아도 천년입니다
어두운 밤 더 선명한 당신
밝은 대낮에 더 흐린 그대
실체와 정체는 마음에서 살고
마음에서 죽는 것이 그리움이고 사랑인가요
세상의 모든 삶들이 억겁 세월을
두고두고 불러도 모자라는 것을 보면
Ann murry/Just another woman in love
김 익 택
꽃을 피우고 지기까지
삶의 애환을 읊는 그대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가슴에 따뜻한 봄 볕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은
자극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봄바람
곁에 있어서 좋고 곁에 있어서 위안되는
그대 다정다감한 목소리는 삶을 품었다
우는 어린아이 달래는
누나같이 엄마같이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슬픔을 달래는
그의 고운 목소리는
도덕 그 위에 천상의 목소리다
게으름의 특성
김 익 택
건강을 위한 운동은 몸이 싫어하고
지식을 위한 책과 공부는 뇌가 싫어해
오늘 하루도 시간은 약속을 지켰지만
나는 잠과 게으름으로 하루를 보냈지요
편안함을 추구하는 자유는 죄의식 없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책임과 의무 묻지 않고 따지지 않지만
그래도 양심이 가쁜 숨을 쉬었지요
무사안일은 사랑과 행복의 이름으로 위로하고
편안함은 귀찮음과 피로를 앞세워 회피하지요
책임 소재는 미래의 예측과 추측
불행과 공포를 미리 생각하기 싫어 하지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책임회피는
노력과 고통을 남의 일
생각하지 않는 행운과 선물을 기대하고
거짓과 기만은 포장하기를 좋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