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되어 피는 꽃
김 익 택
참은 눈물이 삭고 삭으면
사리가 되는 걸까
사무치는 그리움을 참고 참으면
꽃으로 환생하는 걸까
이 땅의 사계절에는
천년이 흘러도
잊지 않고 잃지 않는
사랑의 심볼
나무도 많고 꽃도 많다
하나같이 눈물로 피고 아픔으로 피는
그 꽃들은 사랑의 미완성
믿지 않아도 좋고 믿으면 아름다운
찾아오는 연인의 가슴에
온전하게 완성된 꽃으로 피어난다
맥문동 목마름 앞에서
김 익 택
여기 좀 봐주세요
여기저기 보라 빛 맥문동이
타들아 가는 땅을 가리키며 애원한다
난들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마시던 줄 수 있으나 갈증해소는 안될텐데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은
도움이 요청할 때 도와주는 것이 상식
그것도 삶과 죽음 갈림길에서
예쁘고 아름다움은 살아야 가치가 있다
너는 나에게 환성적인 미학을 주었건만
내가 너에게 줄 것은
아름답다 고맙다 그것밖에
사랑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불행하게도 능력이 없다
네가 내 눈앞에서 당장 죽어도
기억 없는 하루
김 익 택
읽었던가 가슴 뭉클했던 이야기
들었던가 천국같은 고운 목소리
보았던가 은은한 감동적인 그림
눈에 익고 귀에 익었지만
무슨 영화인지 무슨 노래인지
누구 그림인지 기억이 없다
하기야 생명줄이었던 군번도 잊고
고향 친구 얼굴도 잊고
세월이 그냥 가는 것이 아니었지
목이 터져라 불렀던 군가도 잊고
애국가 3.4절도 잊어버렸는데
더 잊을 것 없으면
아들 딸 얼굴도 잊겠지
오래전 흙으로 돌아기신 할머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