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매미 우화의 의문
김 익 택
깊은 계곡 푸른 숲이 풍성하고 맑은데
산속을 떠나 도시 아파트 숲으로
삶터를 옮긴 이유가 뭘까
그것도 하루에도 수 백 번
차량이 매연을 뿜으며 드나들고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아파트 입구 화단에
천적 새들보다 사람들을 더 믿었을까
부를 가진 삶들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도시 아파트에서 화단에서
단체로 우화하는 매미 풍경이
의문이 의문을 낳는데
그곳을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관심이다
모기를 찾으며
김 익 택
소리 없는 모기 그들은 소리를 잊은 걸까
소리를 잃어버린 걸까
뿌리면 죽고 흡입하면 죽는 약에
살기위한 최소한의 생존본능의 행위일까
하나님이 그들을 창조했을땐
그들도 생존의 의미 충분히 있을터
삶을 삶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내 행위는 이기적인 것일까
잠자다 일어나 소리 없는
모기를 찾는 나
그들이 숨어 있을 옷가지들을 들추며 생각해본다
AI시대 또 어떻게 진화할까
매미의 삶의 의문
김 익 택
아파트 천육백세대 건물 앞 뒤
칠월 땡볕 움직이는 건 개미뿐
나무그림자 마저 무겁다
예전에 보이지 않던 화단에
손가락 만한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다
의문에 고개 들어보니
나무 가지와 잎에 매미 탈피 껍데기가
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 도시에 매미가
소년시절 여름방학 단골숙제 매미 채집은
시골에 살면서 어려웠는데
도시 아파트에 지천으로 살고 있었다니
10년을 넘게 살면서 몰랐단 말인가
반가움 보다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무엇때문에
소음분진공해 대기수질공해밖에 없는
도심 한가운데 삶터를 잡은 것일까
그들도 먹고 살기위해 또는 천적을 피해
삶의 의문 또 하나를 던져 주었다
매미 유충의 정신승리
김 익 택
장마가 칠년 동안 닫혀 있던
유충에게
어둠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구름에 가렸던 칠월의 초생달이
외출을 도왔고
칙칙한 열대야는 안전을 보장했습니다
머리에 온통 진흙을 덮어쓴
유충은 나무의 냄새를 쫓아
열심히 걸었지만 느렸고
바람까지 바쁜 길을 막았습니다
땅속에 단련된 7년 무사해도
나무까지 10분은 생과 사의 갈림길
안전하다 자신 있다 수백번 되뇌며
우화하기 전 1시간은 정신승리
초생달이 빙그레 웃으며
서산에 기울었습니다
길 잃은 젊은 청춘
김 익 택
오늘하루 당신은 어땠나요
작업장에서 일 하느라 정신 없었나요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었나요
봄이 와도 봄인 줄 모르고 지나버린 뒤
온 몸이 땀에 젖어야 여름인 줄 아는 당신께
시원한 바람이 되고
시원한 물이 되고 싶습니다만
쌓인 피로가 짜증을 앞세웁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원만한 생활이 언제 올지
당신도 모르고 나도 모릅니다
당신은 오늘하루 무슨 생각을 했나요
삶과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었겠지요
휴식시간 얼굴을 훑고 지나가는 땀을 닦고
또 일하기 바빴겠지요
어느 가을
둘이서 손 꼭 잡고 꽃 길을 거닐었던 때가 아득하네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그 시절 언제 올까요
다시 온다 해도 그 시절 그 기분이 아니될까
두려운 것 나만 그럴까요
삶이 사랑인 줄 알고 사랑이 삶인 줄 알았는데
삶이 사랑을 피로하게 하고
사랑이 삶을 재촉할 줄은 몰랐네요
오늘 동료부터 말 같지 않는 시기 질투를 받고 난 뒤
멍청하게 창 밖을 보니
지난 시간이 겹쳐서 지나가네요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위로와 격려할 사이도 없이
매너리즘에 빠진 건가요
우리 서로 관심이 없는 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