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서핑
김 익 택
싫다고 뿌리는 치는 망아지
억지로 타려고 욕심부리는 사람
타면 쾌재를 하고
떨어지면 아쉬워하는 모습
파도도 사람도
단 한번도 화를 내지 않는다
사람은 파도에 함몰되어
고함을 지르지만 웃음이 떠나지 않고
파도는 무지막지 하지만 이내 조용하다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누가 누구를 즐기는 것인지
이기는 것도 지는 것도 없는
공정과 자유 평화와 평등 그 자체
바다는 사람의 지혜를
사람은 파도의 속성을
서로서로 즐기는 모습
넋을 읽고 바라보았다
저 바다는
김 익 택
평생 넘어지고 일어서고
부서지고 얻어맞는
너의 삶은
부드러움과 강함
자유와 방종은 있어도
억압은 없다
끝없는 삶들을 잉태하고
포용하고 수용하는 너는
젊음의 상징이며
생명생산 현장
교훈이며 진리의 보고다
바다와 하늘에게 던지는 의문
김 익 택
아득하게 먼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바다는 하늘을 닮고
하늘은 바다를 닮았다
둥글어도 흘러내리지 않는 바다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태양이 수증기로 증발해도
모자람을 모르고 만족도 모르는
언제나 그 정도다
감격해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사람들의 몫
하늘과 바다는 언제나 말이 없다
내 작은 가슴을 열어 놓고 닫는 것도
자기 합리화
바다는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속을 보여주지 않고
하늘은 아무리 보여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내 기분에 도취되어
마음대로 생각하고 상상할 뿐
다대포 파도소리
김 익 택
둘 곳 없는 마음 풀지 못하고
돌아서는 나를
너는 쓸어 담아도 아쉬운 소리로
내 뒤통수에 쓰러진다
고독도 슬픔도 내 몫
안고가는 너를
못다한 말 듣지도 않고 떠난다고
냉정하게 나무라는 듯
명사십리 가기도 전에
잘 가라는 말 대신
내 등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여름바다와 나 그리고 태양
김 익 택
단 한번도 귀찮음 보이지 않고 활기가 가득 찬
끝임없이 움직이는 저 파도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며 무엇일까
무더위에 후르르 떨어지는 낙엽을 생각하는
내 정신세계를
저 파도는 나를 보고 무슨 의문을 가질까
의문은 있지만 해답 없는 질문과 답을
태양이 내 머리를 옥죄어 어지러운데
파도에 흔들리는 내 그림자가 웃고 있다
어떤 위로
김 익 택
희극이 비극이 될 줄은
예상 못했던 일
위로하는 자리 아니라
위로 받는 자리가 불편했지
고맙고 감사했다고
존경과 사랑을 말하지만
그것은 내가 했을 일 했을뿐
네가 나를 울릴 줄은 몰랐어
보여주지 말아야 할 일
보여주고 말았다는 생각
하지 못한 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일을
그들이 먼저 알고 있다는 사실
나 또한 알지만
네가 마련해준 밥상
맛나는 살코기 소주 맛이
왜 그리 쓴지
나를 위해 초대한 자리지만
왜 그리 불편한지
살가운 작별인사하고 돌아서는 데
누구에게 한데 얻어 맞은 것보다 슬퍼
하늘을 봐도
흐르는 눈물 주체할 수 없었어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오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늘이 검게 보였다
그 이야기
김 익 택
밤 늦도록
하고 싶은 그 이야기
밤 새도록
듣고 싶은 그 이야기
나에게도 있었죠
만나는 동안
시간은 짧았고
돌밭길을 걸어도
구름위로 걷는 기분이었죠
굶어도 행복한
삶의 감사는
그에게 하고 싶고
혼이 담긴
삶의 선물은
그에게 받고 싶었죠
나만 있는
나만이 간직하고 싶은
그 이야기
해도해도 모자라는
새로운 행복의 창구
가슴에 담고 있기에는
기쁨이 너무 커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싶은
고개 숙인 말복 바람
김 익 택
여름이 꺾여가는 8월 중순
말복의 마지막 발악 앞에
약속은 불변이라고
저녁 바람이 조심스럽게 웃고 있다
그 결실을 향한 걸음은
고통이 헛되지 않게
믿어줘서 고맙다고
인류 이래 반복되는 자연의 약속을
이제 더는 적을 간주하지 말라고
바람이
삶들의 어깨를 토닥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