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해변 파도소리의 미학

 

김 익 택

 

매양 오늘같이 잔잔하다면

아이 재롱이 너만 할까

 

토닥토닥 아이를 잠재우는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에

스르르 잠드는 아이같이

사랑스럽다

 

매양 오늘같이 해맑은 소리라면

세상의 그 어떤 음악이

네 웃는 소리만큼 맑을까

 

아이 간지럼을 태우듯

앙증맞은 소리 듣고 또 들어도

살갑기만 하다

다대포 명사십리

 

김 익택

 

 

모래가 우는 것인지

파도가 우는 것인지

바다가 우는 것인지

바람이 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옛날 선비는

그대 소리가

십리밖에서 들린다고 했던가

 

때로는 말굽소리 같고

때로는 신의소리 같은

내 귀가 잘 못 된 것일까

 

때로는 아프게 들리고

때로는 슬프게 들린다

 

그래 한순간도 쉬지 않고

밀려왔다 밀려가니 피곤 할 수밖에

노을에 취하다

 

김 익 택

 

 

오늘 하루 반성하라는 메시지인가

오늘 하루 수고했다는 메시지인가

저 노을의 마지막 붉은 빛이

나무람인지 위로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구름과 바다와 해변과

사라들이 붉게 물든 빛이

잠시도 눈을 때지 못하고 있다

 

 

가슴을 붉게 물들이는 다대포

 

김 익 택

 

다대포 노을은

하늘을 물들이는 것도 모자라

바다를 물들이고

마침내 사람들 가슴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붉은 저녁 빛에 취해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곱다 예쁘다며

눈을 때지 못하고

태양은 붉은 빛을 파도에 실어

고운 모래밭에 쏟아내고 있다

연인들은 붉은 빛 선물을 가슴에 다 못 받아

요리조리 포즈를 취하며 노을을 담기 바쁘다

마침내 태양은 서산에 기울고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인 뒤

서서히 어둠에 묻혀가고 있는데도

연인들은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소통으로 오해를 씻었으면 해

 

김 익 택

 

 

봄 바람과 가을 바람은 삶에 생명을 불어넣지

꽃 몽우리에 닿으면 꽃을 피우게 하고

과일에 닿으면 발갛게 익게 하지

우리 사랑도 그랬으면 해

네가 나를 내가 너를 포용했으면 해

봄바람처럼 가을바람처럼

물론 실망도 하겠지

바람이 봄 꽃에 닿기까지 바람이 을 열매에 닿기까지

네가 나에게 말하지 않고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는

소통의 부재처럼

내가 헤아리지 못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섭섭함도 있었겠지

유리벽에 부딪히고 숲에 부딪혀 지쳐도

수용하는 바람처럼

누구 탓을 하기보다 나를 먼저 돌아보는

우리가 되었으면 해

입으로 사랑한다는 가벼운 말 뒤

수습하지 못하는 변명이 되기 전에

소통으로 오해를 씻었으면 해

서로가 반갑게 받아드리는 고마움이

매양 있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

바람은 항상 우리와 소통하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처럼

하지만 바람은

단 한번도 반항도 요구도 하지 않지

사랑은 베풀고 나누는 것이므로

너와 나도 그런 바람처럼

좀더 이해하고 좀더 배려하고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해

매사 고맙게 생각하고 생활했다면

너와 내가 아니 라도 그 누가

바람의 이름으로

놀라운 축복의 선물을 했을지도 모르지

 

 

새벽 멍청한 시간

 

김 익 택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뒤숭숭한 꿈에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새벽 4시 일어나

랭보의 시를 뒤적거렸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끔 차들이 지나가는 차 소리 외

바람은 시원했다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고

아무 생각이 없다

차들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뿐이다

유튜브에서 폴 고갱의 그림 해설을 듣고

가야금 연주를 들었다

현란한 연주 고혹적인 음색

아련한 이미지 외

떠 오르지 않는다

 

고마운데 내 걱정은 하지 마

 

 

 

너를 볼때마다

내 가슴에 꽃이 피고 향기가 피어나는데

너는 아닌가 봐

좋아하지만 사랑은 아니라고

우정은 어디까지 우정이어야 아름다운 거라고

너의 말 긍정은 해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끝내 하지 못한 것은

사랑이 우정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너의 그 말이 나를 돌아서게 했어

영원히 곁에 두어도 변하지 않는 사랑

그게 가능할까 그 의문이 또

이별 보다 못한 사이가 될까 돌아섰지

아니 사랑하는 맘 간절해도

능력이 없어 돌아섰지

사랑하므로 더 행복한 사람 만나기를 기원하며

사랑해 준 거 고마운데 네 걱정은 하지 마

사랑보다 걱정만 고이 간직할 게

말 같지 않는 허세를 부리며

우리 사이 사랑은 잊어버려 알았지

너의 부끄럽고 따가운 말 울음을 삼키며

 

 

 

 

거기까지

 

김 익 택

 

 

부끄럽지 않다면 부러웠겠지

보고 싶지 않다면 그리웠겠지

모두 새빨간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었지

부러워도 참고 보고 싶어도 참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

현실과 생각은 달랐으니까

내 눈에 너는 이상형이었지만

언제나 생각 머무는 곳

거기까지

아무 진전이 없었지

사랑은 삶의 전부였지만

네가 모르는 내 가슴앓이는

시작은 있으나 끝이었지

괴로워하면서 잊지 못하는

결론 없는 진행형이었지

수천 번 되 뇌도 하지 못한

뇌리속에 떠도는 간절한 말

가슴속에 새겨 둔 말 홀로 삭여야 했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고

걸어도 걷는 게 아니었지

좋아서 아프고 예뻐서 그리운 가슴앓이를

찰랑대는 너의 검은 머리 바라보며

다소곳한 너 어깨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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