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꽃이 말하는 진실
김익택
나날이 태양이 삶을 달구는
칠월의 대낮
바람으로 모자라는 비가
씻어도 땟물 하나 없는
하얀색 분홍색
연꽃잎에
말보다 침묵이 진실하다고
토닥토닥 적시고 있다
푸른 삶 중심은
장소가 그 어디든
고와서 눈 밝게 하고
순수해서 마음을 정화하는
법의 진리는
자연 속에 있고
마음속에 있다고
내리는 비를 맞고도
해맑게 웃고 있다



연잎에 내리는 비
김익택
슬픔 속에 희망 있다고
비에 젖은 분홍 연꽃이
힘들어도 참아야
맑은 아침 볼 수 있다고
넓은 연잎 위에서
한바탕 살풀이춤을 춘다
비가 내려도 구름 비 그 위에
하늘의 태양이
내려다보고 있듯
비에 젖지 않는
연잎위에서
까르르 웃는 동자처럼 뜀박질을 하다
무거우면 짐이 될까
억겁의 어느
자유의 씨앗 생명수 되려고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땅으로 굴러떨어지고 있다



연꽃 너는 아마도 1
김익택
진흙 속의 뿌리는
삶들의 자양분
꽃봉오리는
지식과 지혜의
필봉의 칼
잎은 넓은 아량을 가진
삶의 바탕
꽃은 혜안의
빛이 되는 걸 보면
너는 아마도
살신성인을 닮은
고결한 성인 다름 아니다



연꽃 너는 아마도 2
김익택
얼굴이 있어도
눈이 있었던가
귀가 있었던가
빛이 있어도
우울이 있었던가
불안이 있었던가
누가 묻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성은
맑고 깨끗하고
드러내지 않아도
보이는 미학은
빛의 진리 다름 아니다




연꽃 너는 아마도 3
김익택
네가 오늘 있기까지
물은 어머니
태양은 아버지
진흙이 빚은
분홍과 하양은
환경을 극복한 진리의 빛
고통 속에 핀 순결은
바람의 혼과 빛의 정신
꽃과 잎은 죽어도
뿌리는 죽지 않고
매년 다시 자라나
삶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비 오는 날의 연밭 풍경
김익택
예쁜 얼굴 기억해도
속마음 모르듯
꽃 기억은 선명한데
향기의 기억은 없다
있었던가 없었던가
같이 간 일행 그도 모른다
쏟아지는 소나기
아랑곳하지 않고
목이 터지라 외치는
개개비 울음소리 날카로운데
개개비 두 발 갈퀴에 곽 집힌
연꽃 봉우리가 고개 숙이고 있다




연꽃 미학 찾기
필 때부터 질 때까지 선입견 후입견은
깨끗한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내 생각 내 느낌이 정답이 아닐 텐데
내가 알지 못한 보이지 않는 미소가
자못 궁금하다.
뭇사람들은 연꽃의 생태를
부처님의 말씀을 빌고
정신을 빌어 말하지만
그만큼 위대한 삶인지
미덥지가 않을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땅의 이름 없는 풀 한 포기도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
그만한 의미 없는 삶이 있을까
신화를 믿고 전설을 믿고 기록을 믿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깃들었다면
한갓 꽃이라도 존경해야 이유
필요충분조건은 만족
꽃으로 좋아하고 예쁨으로 좋아하고
맑음을 맑으므로 좋아하는 나
비를 맞으며 웃고 있는 연꽃의 미학을
찾으려고 온종일 서성거리고 있다



비 오는 날 연꽃밭의 기대
김익택
비와 연꽃은 내가 모르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비 맞고 있는 연꽃을 보고 있으면
남의 슬픔이 내 기쁨같이
얄궂은 설렘이 있다
청승맞게 비를 맞으며
아무도 찾지 않는 연밭에
찾아오는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도 보석 같고
고개를 흔들어도 새색시 얼굴같이 풋풋한
좋은 구도 서정적인 운치를
실력도 있고 운도 있는 사람처럼
비를 맞고 있는 내가 오히려 행복하다



비 오는 날의 연꽃 봉우리
김익택
정당성 질문을
꼭 다문 입을 질타하는 듯
장대비가
연꽃 봉우리에
마구 쏟아지고 있다
꼭 다문 입같이
단단한 꽃봉오리
금방이라도
일필휘지로
자신의 밝히려는 듯
하늘 향해 꼿꼿이
서 있는 모습
선비 손에 쥔 의지인 양
꽃대가
의젓하고 당당하다



연꽃의 진실
김익택
살다 보면
재산이 불어나는가 하면
부채도 불어나고
베풀고 나누는 삶이 있는가 하면
속이거나 가로채는 삶도 있다
저 연꽃은
썩은 땅에서 물만 먹고 자라도
피는 꽃은 밝고 맑다
그 연꽃밭에는
달팽이가 사는가 하면 잉어가 살고
수달이 사는가 하면 해오라기가 산다
뿌리가 못하는 일을 잎이 하고
잎이 못하는 일을 줄기하고
줄기가 못하는 일을 꽃이 한다
하얀 꽃은 진실을 품고
붉은 자비를 품고
향기는 이해와 설득을 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