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분홍 미소
김 익 택
그녀도 고기를 먹고 살까
그녀도 오줌을 눌까
고운 살결 보일 듯 말 듯
실루엣 연분홍 저고리
살짝 여미는 치마
말도 건네기 전
비 맞은 중이 된 나
찹쌀떡같이 먹지 않아도 목이 민다
이상과 차원이 다른
연분홍 맑은 빛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미에
지키게 되는 예의
흠칫 지켜보는 내가 미안하다
연분홍 연꽃의 미학
김 익 택
오묘한 연보라 빛
너를 앞에 두고
걸 맞는 언어 찾기
몇 시간째
고순도 순수
그 말 밖에 더 오르는 말이 없다
백련 앞에서 1
김 익 택
내리는 보슬비 맞아서 더 풋풋한 얼굴
하얗게 드러나는 하얀 치아
그 입 속에 내 마음을 얹어 본다
애틋한 설렘은 어디 가고
미안한 가슴에 내 얼굴이 붉어진다
백련 앞에서 2
김 익 택
불투명한 하얀색
그 속에 숨은 진심
무엇일까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첫 사랑은 서툴기 마련
너도 그럴까
너의 하얀 미소 그 속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울까
쉽게 접근 할 수가 없다
마음에 또 하나 숙제를
남기고 갈뿐
환생하는 여름 꽃
김 익 택
영혼에 살고 영혼에 죽는
씨앗 하나가
물속에서 구르다
심장에 뜨는 달에
근심이 싹이 틔운다
이유도 없이 희생한
영혼이 숨쉴 곳은 그래도 이 세상 인가
인생사 권력 그 폐해
알려야 하고 알아야 하기에
누구나 좋아하는
꽃과 향기로 다시 사는 삶
삼키고 내 뱉는 인간의 군상
어리석은 삶을 위한
경고장으로 피어서
전설을 먹고 꽃으로 존경받고
사랑으로 살고 있다
개개비의 외침
김 익 택
내리는 비 맞으며 외치는 소리
개 개 개
경계의 소리인지
구애의 노래인지 모르지만
내 눈에 너는
사랑의 노래이면 슬프고
경계의 노래이면 낭만적이다
연꽃과 개개비
김 익 택
비가 와도 젖지 않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
짝을 찾는 개개비
신혼집을 꾸며 놓고
목소리 우렁차도
찾아오는 님은 없는가
이슬비만 쓰러질뿐
연꽃은 조용히 핀다
잃어버린 기억
김 익 택
기억이 정신을 잃었나 봐요
내가 사랑한다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네요
살면서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
내가 너를 사랑한 기억인데
송두리째 잃고 말았네요
사랑을 잃고 믿음을 잃었네요
인정하고 싶지 않는
내가 너에게 싫다고 했다는 말에
내가 놀라고 말았네요
세월이 시간을 돌릴 수 없지만
참 많이 아쉽네요
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걸 보면
분명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데
그녀가 웃으면 말을 하고 있네요
지난 일이지만 나도 사랑했다고
네가 싫어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녀가 하고 있네요
인연이 아닌가 봐 라는 말도
내가 하지 않는 말
그 말
사실이 아닐지라도
반복해도 돌아갈 수 없고
인정해도 돌아 갈 수 없는 지금
웃으며 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프고 아쉽고 먹먹하고 짠하네요
연잎과 물방울
김 익 택
너의 넒은 연잎에
구르는 물방울
가질 수 없는 량
그 한계
내 것 아니면 보석도 버리는
그 맑은 정신 이제야 알겠다
공짜라도
받아드릴 수 없어
어쩌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너도 그렇고
발붙이는 못하는 모습
물방울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