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오정 연지에서
김 익 택
홍연이 아름다운
그 곳에는
잠자리가 알을 낳고
일벌이 꿀을 뜯고
거미가 진을 치고
미꾸라지가 살고
매기가 살고
개구리가 살고
뱀이 사는
공존이 아름다운
삶의 화원이다
비를 맞이하는 연
김 익 택
연 잎은
맑은 물을 차마
그냥 맞이할 수 없어
고개를 떨구고
꽃잎은
맑은 물이 너무
거룩해 고개를 떨군다
연꽃은
물 밖을 나오면
물을 경외한다
빗방울은
연 잎에 닿자 마자
구슬처럼 흘러내려 젖지 않고
연은
여인의 속살보다 부드러운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마침내 열매 맺어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떨어진 연꽃은
김 익 택
개개비 울던 자리
연꽃 잎 떨어지네
바람도 없는 대낮
소식도 없이
눈물처럼 떨어지네
그 연 꽃 다 떨어지면
또 무엇이 떨어질까
연 줄기 목 꺾이고
물에 처박은 씨방
부평초같이 물결에 떠다니다
구석진 곳에
저희들끼리 모이면
철새 밥이 되고
빈 껍데기 까맣게 썩어가는
그 위
서리가 내리고 흰 눈이 내리고
낙엽이 쌓이고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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