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저녁 노을 풍경
김 익 택
저 붉은 하늘과 바다와 사람들을
다대포해변
여기 아니면
그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출수하라는 방송소리에
걸어 나오는
그들의 등뒤에
저녁 붉은 노을이
마지막 발악같이
온 세상을 미혹(迷惑)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별의 아쉬움은
서퍼도 구경꾼도 파도도 마찬가지일까
해변을 걸어 나오는
그들의 발길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붉은 눈물처럼 주르르 떨어진다
노을과 서퍼들
김 익 택
큰 파도가 밀려 올때마다
그들이 지르는 고함소리는
숨김없고 거짓 없는
세상에 다시없는
신나는 소리
활짝 핀 꽃송이고 싱싱한 향기
고성도 웃음소리도
붉어지는 얼굴이
노을처럼 아름답다
저 아름다운 노을은
김 익 택
극과 극은
순간적인가 극적인가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10여분
감동과 감격은 공유해야
믿음이 인정받는 것인데
말로서 전할 수 없는
표현이상의 미학을
누가 믿어 줄까
노을이 지고 나면
눈뜨고 보았어도
현실도 꿈 감동은 거짓
나만의 위대한 상상 같아
안달하고 있다
비속을 걸어가는 꽃
김 익 택
가을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그녀
분홍 우산 노란 코트 비와 어울렸지요
보고 있어도 뇌리를 감싸는
비소리와 하이힐 소리
엇박자로 떨어지는 우산위에 빗방울 소리
그녀는 걸어가는 뭇 남성의
도시 숙녀 노스텔지어
걸어가는 가을꽃이었지요
하이힐 발자국마다 두고 가는 소리는
음악 다름없었고
저항없이 보도위에 부딪치는 빛방울은
항변하는 시어의 몸부림 같았지요
바지에 젖던 말던 물방울 튕기며 당당한 걸음거리는
생동감이 넘쳤지요
마치 비를 기다렸다는 듯이
비속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
그녀가 처음이었고
사람이 아름다우면 비도 아름답다는 사실
그녀를 알고부터 이었지요
비가 와야 피는 꽃
비속을 걸어가는 꽃
노란 은행잎 떨어진 바닥을 물감을 찍듯
콕콕 밟고 가는 모습
한편의 영화장면같이 아름다웠지요
이별 후 돌아서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한송이 꽃
진실 뒤에 숨은 거짓
김 익 택
보통 그 이상의 노력으로
그나마 잘 사는 삶은
뼈 속에 새긴 희망은
골절이 되기 전
땀방울이 울고 피가 울어
맺은 꽃이 활짝 핀다
평화를 숨긴 태풍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운이 활개를 치는 동안
소식 아닌 소식이 세상을 뒤엎고
진실에 뒤에 숨은
거짓이 판을 친다
봄 가을은 빼먹고 여름과 겨울만 있다고
그가 네가 되고 싶었지
김 익 택
오늘 이 시간 어떻게 잊을까
가슴이 달이 되고 별이 되는 시간
얼마나 많았는데
내가 갖고 있는 것은 그리움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아쉬움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사랑
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그게 다였어
감춰도 감추지 못하고 숨겨도 숨길 수 없는
너의 머리에 나비 핀
너의 블라우스의 카라
너의 목에 걸린 가느다란 목걸이
그것이 부러웠지
너 가슴을 훑고 가는 갈 바람이 되고 싶었고
너의 미소를 머금게 해는 꽃바람이 되고 싶었어
말뚝보고 절하는 그가 네가 되고 싶었지
너를 사랑할 수 있다면
너를 볼 수 있는 눈이 미웠고
너를 사랑하는 내 가슴이 미웠지
네가 그리워서 눈물이 나고
너를 사랑해서 가슴 아픈
내가 미워서 세상이 실었지
삶이 삶이 아니었지만
너의 달이 되기를 너의 별이 되기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지
기회 포착
김 익 택
바람이 사마귀의 부릅뜬 눈을 훑고 지나갔다
나비는 휘청거리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나리꽃은 꽃술을 흔들었다
사마귀는 돌돌 말린 꽃술을 보이기위해
오므린 다리로 눈을 닦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나비는 오지 않고 제비가 비행을 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그도 나리꽃의 일부
바람 아니면 모른다
꽃잎을 한껏 말아 올린 나리 꽃
사마귀가 무거워 고개를 기울어졌다
꽃이 꽃으로 보이지 않으면 벌 나비 보다
사마귀가 먼저 아는 법일까
사마귀가 미련없이 자리를 옯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