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공원 야간 분수대

김익택

 

 

물의 영혼과 빛의 영혼이 만나 춤추고 있나요

바람처럼 일어났다 쓰러지는 물결 위에 흐르는 음악

피아노 소리 위에 눈물이 떨어지고 있네요

 

내가 울고 내가 흘리는 눈물에 보라 빨강 초록 노랑 빛이

가슴에 숨은 기쁨과 슬픔에게 손을 내 미네요

 

그대가 내가 되고 내가 그대가 되어 정신을 놓아 보자구요

그대와 나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 것 아니라

슬픔은 오래 두면 병이 되고 기쁨도 오래 두면 슬픔이 된다고요

 

거짓에 물들은 삶의 찌든 가슴에서 굳어 버린 무지개는

눈을 떠도 보지 못한 빛 소음에 잃어버린 귀를 활짝 열어

마음에 맡기고 몸이 하는 대로 시간을 녹여 보라고요

 

 

 

꽃바람

김익택

 

 

구름위로 걸어가는 바람은 소용돌이는 있어도

실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내가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을 거두어가는 것도

내가 즐거울 때 웃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도

바람은 슬퍼하지 않고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내 가슴의 우울과 반가움의 치유는 시간 지나야

되돌아오는 안정은 가슴만 아는 가객입니다

 

봄은 내 가슴에

김익택

 

 

무엇이 내 가슴에 씨앗을 뿌렸나요

눈에 비치는 봄은 두 팔 벌려 오라 하지만

향기도 꽃도 흔적 없습니다

 

열병을 앓아도 수태를 하지 못하는 나

 

봄의 노래는 들리지 않고

종잡을 수 없는

나비 날개 짓에 머리만 어지럽습니다

 

가슴은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꽃 지고 길 떠나는

봄 꼬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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