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빈 집
김 익 택
이제 손 떼 묻은 그 집에는
찾아오는 사람 없습니다
개울 건너 미루나무 까치도
집 비운 지 오래고
처마 밑 제비도 발 끊은 지 오랩니다
한때는 제 새끼 소리에 동네가 시끄럽고 마당은 비좁았지요
그 집이 비었다는 사실
제일 먼저 바람이 알고부터
대문은 힘을 잃어 널브러져 버렸고
돌쩌귀가 빠진 방문 한쪽은
탈골된 어깨 환자처럼 널브러져 있네요
돌아 보는 족족 마다 어제 같은 추억들은
세월의 시간을 견디지 못해
잡초는 잘 만났다는 듯 농기구 옭아매고
세간 들은 설쳐 대는 땅 두더지 등 쌀에
흙 먼지 덮어쓴 채 돌아 앉아 있습니다
달 뜨는 밤이면
쥐들이 숭숭 뚫린 벽 구멍으로 나와
습기 먹은 장판지가 너덜대는 큰 방에서
공 놀이를 하고
잡초가 무성한 마당에는
뱀들이 쉿쉿 혀를 날름거리며 쥐들과 숨바꼭질을 합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별들은
철저한 침묵 주의자
그 누구에게도 결코
증인이 되어 주지 않습니다
'시가 있는 사진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수다리꽃 우리 누나 (0) | 2017.07.19 |
---|---|
월성계곡 철쭉 (0) | 2017.07.18 |
혼신지 그곳에 가면 (0) | 2017.07.12 |
위양지 완재정 (0) | 2017.07.09 |
양귀비 너는 (0) | 2017.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