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의 서러움

김익택

 

 

언제 피었던가 어제 보이지 않던

동백꽃이 붉게 피었다

 

자세히 보니 초록 잎 뒤

여기저기 숨어 핀 꽃이 한 두송이가 아니다

 

어느 누가 동짓섣달 꽃핀 듯이

날 좀 보라고 했던가

 

너를 맞이하는 것은

살 갓을 도려내는 찬바람뿐

꽃잎 가장자리는 농해 썩어가고

남은 꽃잎마저 시들었다

 

흔해서 관심 받지 못하고

많아서 천대받는 것은 꽃도 예외 아니라

 

아프게 피어도 지나가던 사람들은

아무 관심두지 않는다

12월 동백꽃과 이별

김익택

 

 

동백꽃과 이별하고 돌아오는 날

찬바람이 등을 떠밀었지요

 

다시 오지말라는 느낌 아니었지만

꽃의 아름다움을

내 가슴에 가득 채운 것에 비해

고맙다는 말과 잘 있어 라는

인사로는 부족 할 것 같아 미안했지요

 

12월에 귀한 향기가

성탄절 선물같이 느껴졌지요

동백꽃의 의문

김익택

 

 

섣달 정월에 볼 수 있는 꽃은

너 아니면 볼 수 없는데

너는 왜 푸른 잎사귀 뒤에 숨어 필까

 

눈보라 한파 마다 않고 피었다면

귀염 받고 사랑받아 돋보였으면

자랑해도 부족한 일

 

도움 없이 아픔으로 피고

관심 없이 외로움으로 피는 것만으로

위로 받고 격려 받을 일

아름다움을 부끄러워할 일인가

 

질때는 천년을 두고

사죄 못할 죄를 지은 것인 양

작두에 잘린 목같이

차가운 땅 바닥에 떨어질까

1

1월에 핀 동백꽃

김익택

 

 

정월 동동할매 바람은

참으로 무심하지

버겁게 핀 동백꽃을

얼음으로

무참히 뭉개 버렸으니

위로 말도 전할 곳이 없다

동백꽃의 기품

김익택

 

 

푸른 잎사귀에 숨어 고개를 외면하는 모습

참 곱기도 하다

하얀 꽃은 하얀 대로 붉은 꽃은 붉은 꽃대로

좋아도 선뜻 나서지 않는

수줍어 하는 숙녀 같기도 하다

 

자랑하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은근히 드러나는 기품속에

내가 모르는 매력도 있고

내가 모르는 비밀도 있을 것 같다

 

추운 겨울 봉우리를 맺어

한송이 꽃을 피우기까지

기다릴 줄 알고 참을 줄 아는

한국인의 여인상처럼

참 고맙기도 하고 존경스럽다

 

동백꽃을 기웃거리는 동박새

김익택

 

 

너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나비도 아니고 벌도 아닌가

초록 동박새 한 마리

연지곤지 찍는 것도 모자라

인도 신부같이

아이라인 짙게 칠을 하고

나시 족 총각같이

이 꽃 저 꽃을 기웃거리고 있다

나 보기에 저 동백꽃은

김익택

 

 

진리는 변하지 않아도

삶은 생각을 바뀌야 사는 법을

 

저 동백은 꽃을 피어야 한다는 명제는

변함없는 것을 보면

추울수록 아름답게 피어야 한는

DNA가 있는 가 봅니다

 

내리는 눈에 잎이 얼고 꽃술이 얼어도

피운 꽃은

추울수록 더 붉고 더 향기롭습니다

 

 저 동백꽃 의지는 사랑

동정유발 아닙니다

 

삶이란 좋은 환경일수록 개혁을 요구하는 법

어려운 삶은

그 한단계를 뛰어 넘은 경지는

다음 단계 외로운 싸움 준비 시작입니다

동백꽃 너의 미학과 정신을 01

김익택

 

 

네가 겪었던 사계절의 고난을

내가 어떻게 다 알까 마는

 

내가 너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정신적 미학을

그릴 수 없고 쓸 수가 없다

 

너의 하락 받지 않은 나의 욕심인지

오만한 나의 지식의 한계인지 모르지만

 

보고도 볼 수 없고 느껴도 감정 없는

마네킹 같이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다

 

동백꽃 너의 미학과 정신을 02

김익택

 

 

네가 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며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네가 말하지 않아 알 수 없는

내가 알고 싶은 것 몰라

 

지우고 쓰기를 수십 번

달고 쓴 너의 감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인내 아니면 표현할 수 없고

사랑 아니면 표출할 수 없는 그 밖의

 

고귀한 빛의 미학과 고독한 인내를

단 한 글자도 속 시원하게 풀어 낼 수가 없다

동백꽃 너의 미학과 정신을 03

김익택

 

 

너의 고운 미소 너의 강철같은 인내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서부터 시작일까

꽃을 피우지 않아 몰랐던

편애했던 미안한 내 양심이

너의 푸른 잎사귀 뒤에 숨었다

 

내가 너의 대해 아는 것은

인내와 믿음뿐

 

뜨거운 적혈구를 가진 삶이라면

동지 밤 추위가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인데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내 사고방식을

네가 내 뒤통수를 때린다

동백꽃의 감사 인사

김익택

 

 

12월에 꽃 몽우리 맺어

1~2월에 피는 네가

11월에 만개하다니

 

계절은 미치지 않았는데

내가 미쳤는가

 

뜻하지 않는 곳에서

장미보다 화려한 너를 보다니

 

너를 만난 것은

반갑고 횡재한 기분이지만

의심이 가는 것 또한 사실

 

물어도 대답 없는 너는

얼굴을 붉히며 되려

반가워하는 나를 보고 고맙다 한다

동백꽃에 빠진 하루

김익택

 

 

맛이 있어 마시다 보니 취 하듯

네 모습이 그랬어

 

겨울에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은 행운

꽃은 보면 볼수록 신선했고

향기는 맡으면 맡을수록 취하고 싶었지

 

잎이 보지 않고 가지를 볼 수 없다면

장미꽃인지 작약인지

해당화인지 작약인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너의 매력에 한동안 빠져 손이 시려도

겨울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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