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에도

김익택

 

 

물의 유속에 적응한 물고기가

죽을 힘을 다해

역주를 하고 있다

 

고요와 소용돌이는

불규칙속의 삶의 질서

 

흘러가는 것은

쉼은 있어도 멈춤은 없었다

 

호흡이 그랬고 맥박이 그랬고

심장이 그랬다

삶을 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늘 그리운 어머니

김익택

 

 

할 말이 왜 없었겠어요

살면서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까

사랑으로도 못다한 말 보다

싫어서 못다한 말이 삶인 것을

 

다시없는 만남 없는 억겁세월에

소용없는 말 읊조리고 있네요

 

살면서 못다한 말은

미안하다는 말과 고마웠다는 말

 

어릴 땐 몰랐고

청년이 되었을 땐 내 혈기에 묻었고

장년이 되었을 땐 내 아내 내 자식 위해

신경 쓰여도 무시하고 살았죠

 

그리고 그리고

 

병들고 늙어 자식 얼굴 알들 말 듯할 때

자식에게 준 것은 한없는 눈물과 슬픔

 

살았을 땐 못 한 효도

하늘로 돌아가신 뒤

 

군고구마 속에서 웃고 찔레꽃속에 웃고

강냉이속에서 웃고

보름달속에서

우리 엄마 나를 보고 웃고 있네요

 

늙어서 더 그리운 것은

뉘우쳐도 개운치 않는 미안함이

때와 장소 가리지 않습니다

 

 

배짱이의 그 끝

김익택

 

 

주방장이 도마에서

양파를 써는 솜씨처럼

너는

잘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었는가

 

내가 나에게 묻는 질문에

먹는 것

낭비하는 것

노는 것

그것이라면 몰라도

내세울 것이 없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몸만 늙었다

 

가진 것이 없는 것을 아는

병균들이 제일 먼저 알고

때 거지로 달려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

가슴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팔다리로

신경조직을 파괴하기 시작에 했다

그것도 정신없이 빨리

 

 

 

 

마당 한가운데 솔뿌리 걱정

김익택

 

 

곡식은 씹어봐야 맛을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됨됨이를 아는 것인데

양심보다 과학을 더 믿는다

 

발보다 빠른 통신

귀보다 빨리 듣는 SNS

눈 보다 빠른 파장

넘쳐나는 정보전쟁시대에

 

돈을 쫓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양심 몰라도 정보를 믿고

통계를 믿고 과학을 믿는다

 

노동산업에서 기술산업으로

서비스산업에서 정보의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이 주인이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바이오 쳇GPT 로봇의 시대

로봇이 사람을 지배하면

그때는 어쩔건대

 

 

꿈속에서

김익택

 

 

생각이 잠들어 있는 사이

그리움이

신발을 신지 않고 외출을 했다

 

누구도 제제하지 못하는

자유로운 영혼은

목적도 없이 방황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낯선 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행위만 하고 있었다

 

영혼은 자유로울 것 같았으나

자유롭지 않았다

 

귀가 있어 들리긴 하나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발이 있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나를 보고 의심하면서도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었다

타인처럼

차 사발의 미

김익택

 

 

꽃을 마셨던가 그림을 마셨던가

꽃은 보이지만 향기는 없고

향기는 있지만 꽃은 없는

굽에 맺힌 눈물이

하늘을 받들고 있다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인데

꽃이 있으면 향기가 없고

향기가 있으면 꽃은 보이지 않는다

흘린 눈물을 두손으로 보듬고

세상을 음미하는 사람

작지만 사랑을 품은

따스한 온정이

가슴에 스며들었는가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 얼굴에

복사꽃이 핀다

그리움은 언제나 청춘

김익택

 

 

붉은 피가 검게 되고

검은 피가 하얗게

탈색되는 세월에도

첫사랑 늘 새롭다

 

꽃과 향기를 몰고 다녔던

그 사람은

어디서 무얼 할까

 

지난 밤 꿈속의 하루가

빛을 앞질러 달려간다

 

눈 귀 어두워도

맘은 젊음

양심도 없다

병든 몸을 홀로 두고서

 

 

 

도자기의 반의

김익택

 

 

도덕이 있느냐 예의가 있느냐

예술성이 있느냐 생명력이 있느냐

나에게 묻지 마요

생명을 불어넣고 죽이는 건 당신

난 처음부터 끝까지

있어도 없는 무

그대로 두어도

삶이 되고 생명이 되어도

난 단 한번 당신에게

어떻게 해달라 요구한적 없었죠

당신이 선택해서 떡 주무르듯

당신의 의지대로 만들어지는 창작물

예술의 혼과 정신은 당신의 몫이죠

생명을 존중하듯 삶을 사랑하듯

당신의 정성과 노력

그 대가는

아무도 관심주지 않고

무관심 또 무관심해도

당당하게 내 갈 길을 가는

패션 모델 걸음처럼

끝없는 변신의 화답은

나 모르게 노력이 있었다는 것

비 오는 날은 비를 맞고

바람이 부는 날은 산으로 가고요

그리고 내 가슴을 보여줘요

하나도 남김없이

 

 

 

 

 

 

벤치의 희망

김익택

 

 

당신은 언제나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죠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담소를 나누는 것도

한사람보다 두 사람이 좋죠

물론 텅 비어 있어도 운치는 있죠

채워야 뿌듯함은 꼭 속을 채우는 것 만이 아니죠

다리가 아픈 사람은 쉬어 가고

외로운 사람 사색하는 것도 좋죠

밤 낮 없이 기다리고 있죠

봄이면 꽃 향기를 가을엔 낙엽의 낭만을

가져갈 것 없어도 마음의 휴식을 제공하죠

찾아오는 삶을 위해 언제나 가슴을 비워 두고

기다리고 있죠 아낌없이

 

삶과 희망 사이

김익택

 

 

이건 아니다 싶을 때도

서쪽에서 해 뜨는 날을 기다렸지

사랑이 어디 있느냐

보고싶다는 말 어렵게 나올 때까지

별이 되고 싶다는 건

세상 아름다움을 늦게 깨달은 걸까

먹고 산다는 명목으로

열심히 살았지

나를 죽여 사는 것이

평화와 타협이라 생각하며

고개 숙여 사는 법을 일찍 배웠지

빈 손이라는 건

자랑 아니고 영광 아닌데

욕심을 부려도

성취하지 못했고

나누지 않고 베풀지도 못했는데

여전히 빈손이다

절식

김익택

 

 

우리 만남은 여기까지

지금부터 만나면 그건 악연이야

인생을 이해하면 음식 골고루 먹어

건강이 최고이거든

 

상어도 물 밖에 나오면 힘을 못쓰지

독수리는 물속에서 힘을 못 쓴다고

숨을 쉬어야 산다고

 

주머니가 엷으면

어깨 힘이 빠지기 마련이지

기다려 봐

도로목이 얼마나 맛있는지

현실을 깨달을 때까지

 

눈물 콧물 흘리고 악에 돋쳐

미움이 긴 딸꾹질로 끝나고

현실을 깨달으면 후회하게 되 있어

그게 사람이거든

 

어머님 성묘

김익택

 

 

가져갈 수 없는 꽃을 선물을 했어요

물론 줘도 손이 없어 받지 못했지요

받을 거라 생각했죠

내가 문제를 내어 내가 풀고

내가 해석한 샘이지요

한잔 술과 한 개피 담배도

사과 하나 배 하나 떡도 있었죠

내가 내 맘의 위로하기 위해

생전에 하지 않던 일을 했죠

기억을 되살리며 추억을 했죠

불효자식의 표상이었죠

윤리의 죄값을 사후에 치르는 것은

양심의 소산이었죠

고맙다는 한마디 말

듣지 못하는 걸 보면

 

 

 

 

늙은 뒤에

김익택

 

 

목소리 예쁜 그 사람은

노래는 아름답지 않네요

 

오늘 나는 길거리에서

20년 뒤 내 모습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눈도 귀도 멀고

걷지도 못하고 길거리에 주저 앉은

그 사람은

맛있는 음식 좋은 옷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는

미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참을 보았습니다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청천 하늘에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수심도 많다

아리랑 아라리요 고개를 넘어간다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고 지나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가고 싶어 가나

 

부모님도 친구도

속절없이 앗아간 지난 세월이

눈물이 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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