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도 아파트를 좋아 하는가

김 익 택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건

일생일대의 불안하고 긴장되는 시간

최고의 안전을 고려해도

삶과 죽음은 바람과 입김의 차이

그는 동물보다 사람을 믿었을까

깊은 산속 대신

고층빌딩 아파트 화단에 삶의 둥지를 마련했다

덩치 큰 나무 그 아래 비 오고 촉촉히 젖은 땅

사람들이 밥 먹고 잠드는 시각

칠년을 삶을 마감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흙을 뒤집어쓰고 땅 위로 나와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자리를 잡고 나면

등이 갈라지고 머리를 내밀고 나와

날개를 말리는 시간 작아도 2시간

아파트 불이 꺼지고 잠드는 시각

그에게 탈피는 바람도 모르는 숨 죽인 밤

마침내 날개에 피돌기가 끝나면

어둠속을 날아간다

 

매미의 외침

김 익 택

 

 

비 오는 칠흑 어둠

젖은 땅이 양수인양

비를 맞고 땅 밖을 기어나와

 

더듬거리며 찾은 나무 올라가

탈피하더니

 

거침없이 내 뱉는 직선의 소리

더위도 못 멈춘다

 

무엇이 그렇게 할말이 많았던가

정작 네가 하는 일은

죽자 살자 우는 것 밖에 없다

음악에 내 정신을 조율하다

김 익 택

 

 

언제 어디서 들었던 소리인가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우듯

내 영혼을 맑게 하는 소리

낯설지가 않다

 

쉽게 부르지만 따라 부를 수 없다

아름답지만 쉽게 표현할 수가 없다

 

조율이라는 것 이런 것인가

 

빛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내 가슴에 스며드는 소리가

내 머리와 내 몸을

완전히 해체하고 있다

먼 당신

김 익 택

 

 

내 창가에 머무는 그대 단 한번도 속 깊은 얘기

나누지 못했지만 내 맘속에서는 늘 만나죠

사랑한다는 말도 보고싶다는 말도 내가 먼저

그대는 언제나 입을 꼭 다물고 보고만 있었죠

그대 전하는 빛과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사색과 상상 그 뒤의 외로움

나를 달래는 건 소유할 수 없는 당신

반응 없는 공유는 쓸쓸하죠

부드러운 건반에 실은 Ella Henderson의 Yours

세상은 아름다워도 나의 몫은 없는 구경꾼

무미건조한 시간을 채우는 건

뇌리를 맴도는 길을 잃은 노래

곁에 있어도 먼 당신 기쁨보다 슬픔이 많죠

밤에 찾아오는 당신은 슬픔을 독백같이 노래하고

새벽이면 돌아가는 당신은 외로움을 합창같이 하죠

이별과 만남의 공통점은 새로운 반복이라고

네가 모르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너와 같이

나를 보고 같은 고민 같은 슬픔을 얘기하고 있다고

고민 없는 외로움 있다면 거짓말

슬픔 없는 사랑 있다면 그것도 거짓 말

네 모르는 사이 성장시켜주는 것은

기쁨보다 외로움이 많고 행복보다 슬픔이 많다고

죽음 같은 괴로운 시간 지나고 나면

제일 아름다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침묵하고 있음이다

돌아서는 내 뒤통수에 잦아드는 어둠이

생각없이 잠을 자라고 눈을 감기 운다

숨을 쉬는 순간

김 익 택

 

 

아마도 넌

내 생애

첫 손님이자 마지막 손님

단 한번도

얼굴 보여주지 않았지만

익숙한

삶과 죽음의 관계

삶의 은혜는

기도처럼 해도 모자라는

고맙다는 말

평생을 몇 번을 했을까

삶이 무엇이며

희망이 무엇인지

사랑과 고통으로

시험도하고 실험했지만

어려움 닥칠 때만

순간적 모면하는 나

삶의 평생

너의 무게를 느끼지 못한 나

처음 무거움 느껴

조용히 속삭여 본다

삶의 순간순간

고마웠고 미안했다고

관계

김 익 택

 

 

사랑할 땐 운명을 믿고

미워할 땐 악연을 믿죠

 

꽃의 목적이 벌 나비를

선별할지 몰라도

향기의 목적은

벌 나비를 가리지 않죠

 

나에게 이익이 되면 취하는

무개념의 신념은 무섭죠

 

거침없는 행위를 의심없이

잊을 지라도

피해를 입은 삶의 가슴엔

치명적인 아픔

 

망각과 기억의 괴리는

섞일수록 엉겨 붙는 기름과 물

마르거나 불에 타지 않으면

화합은 요원 한 일

 

권리의 균형은 동일한 관계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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