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다리꽃 우리 누나
김 익 택
그 이름도 예쁜 수수다리
우리들의 누나를 아십니까
산 나물 친구 삼고 벌 나비 친구 삼아
삼천리 강산에 홀로 피고 졌던 반세기
우리들의 누나는
허리가 부러지고 팔다리가
잘려나간 우리나라 민족사처럼
이유도 모르는 전쟁터에서
맞아 죽고 병들어 죽고 굶어 죽고
용케 살아남은 목숨마저
골병 질병 열병 화병은
인내도 지겨운 모진 삶이었지요
죽어서 촌 집 부엌 아궁이에
시래기 국 볼 쏘시게 되고 군불 되어서
엄동설한 안방 한 가족 온기 되었지요
그래도 우리들의 누나는
해마다 봄이 오면 단 한번도 잊지 않고
푸른 빛 가득한 삼천리 강산에
누나밖에 없는 싱그러운 향기를 잃지 않았지요
1947년 미국인 마더씨
백운대 절벽 아래에 누나를 첫 대면 한 뒤
고운 심성 고운 미소 고운 향기에 반해서
조국 해방 1년 전 미국으로 대리고 가서
치마 저고리 대신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히고
코 고무신 버리고 하이힐을 고추 신고
길게 땋은 머리 자르고 파마머리 올리고
수수다리 이름을 미스킴라일락으로 바꾸고
한국인 아닌 미국인 되어
6,25 전쟁 끝나고 1960년
다시 돌아와
공원에서 학교에서
관공서에서 넓은 집 뜨락에서
그윽한 향기 흩날리며 활짝 웃고 있습니다
⁂1947년미국군정청소속 식물채집가(E.Meader) 북한산 백운대부근(수수다리꽃)
종자12개채집 그 당시 타자수 성을 따서
꽃 이름을 Syringa patula Miss Kim미스킴으로 지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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