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선언하는 벚꽃

김 익 택

 

 

벚꽃이 소리 없는 합창이 사람들을 불러냈다

 

산골에도 바닷가에도 도시에도

마치 봄의 완성을 선언하는 것처럼

그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의 선언한 봄의 믿음은

두 팔 벌려 맞아 할 뿐

아무도 그를 배척하는 삶은 없었다

 

벌도 나비도 사람도 그와 함께 하고 싶어 했다

 

그를 찾는 벌은 웃는 꽃이 되었고

그를 찾는 새들은 노래를 부르는 꽃이 되었다

그를 찾는 사람들은 걸어가는 꽃이 되었다

 

벚꽃길과 사내

 

김 익 택

 

머리가 가출하고 가슴에 바람이 들었는가

생각에 멋이 들어 봄꽃 놀이를 하고

가사 없는 휘파람소리가

이웃집 담을 훌쩍 뛰어넘는다

 

벚꽃 향기 흩날리는 골목길에

까치가 멍하니 사내를 바라본다

윙윙대는 일벌들 이 꽃 저 꽃 분주하게 들고

휘파람을 불고 가는 사내 발걸음이 가볍다

 

 

벚꽃의 초대

김 익 택

 

 

투명한 햇살에 터뜨린 꽃망울이

웃는 모습

울분인가요 환희인가요

그 미소가

밝다 못해 아프게 보이고

맑다 못해 외롭게 보이네요

피어서 일주일은

그의 세상

가슴 가진 사람들 집 밖으로 불러내네요

겨울내 우울한 가슴 활짝 열어

가지면 가질수록 화사한 아름다움

신선한 향기 만끽하라 하네요

지금 아니면 1년 기다려야 한다고

햇살 머금은 하얀 미소

치아를 드러내어 하얗게 웃고 있네요

동심에 피는 꽃 01

 

김 익 택

 

 

그리움이 시를 쓰게 하고

사랑이 소설을 쓰게 한 것 같이

 

그 소녀는 나의 꿈

그 소녀는 나의 소망

사랑밖에 없고 그리움밖에 없다

 

만나면 벙어리

실 수 할까 좋아 할까

이런저런 생각에

내 가슴은 이미

한껏 탱탱한 고무풍선

하지만 막상 만나면

할말 잃어버린 바보

동심에 피는 꽃 02

김 익 택

 

 

피는 것도 짧고

지는 것도 짧아서

쉬이 고개를 숙이는

내 연약 가슴에

피는 꽃은

입술을 깨문다

 

아 그렇지

한때 젊었던 꿈

지난 추억을 더듬는 내가

아쉬움에 할 말 잃어

미안하고 멋쩍어

피식 남 모르게 웃는다

 

벚꽃 세상

김 익 택

 

 

세상의 등불같이 봄을 밝히는

저 벚꽃은

지난해를 기억할까

 

눈 앞에 활짝 핀 벚꽃을 보고

지난 해를 기억은 하는 나

처음보는 벚꽃 마냥 기분이 새롭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하는 모습

세상의 그 무엇이 저 벚꽃처럼

아낌없이 주고받는 사랑이 저만할까

 

 

벚꽃의 삶의 치유

김 익 택

 

 

 

봄이 그렇게 만들었는 지

꽃이 그렇게 만들었는 지

모르지만

 

벚꽃 아래로 걸어가는 사람들은

생김새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미소뿐이다

 

여울목같이 좁은 꽃 길엔

예의와 배려 존중으로

많은 사람들이 물 흐르듯 지나갔다

 

모르긴 해도

천국의 모습이 이런 풍경 아닐까

오랜만에

내 뇌리와 마음이 치료가 되었다

벚꽃 그 만개 뒤에는

김 익 택

 

 

대문에 들어서는 아들을

버선발로 반기는

어머니 미소같이

 

벚꽃의 초대에

겨울의 억압에 숨 죽이고 있던

생명들은 활력이 넘친다

 

비바람의 훈수에

시냇물은 활기를 되찾았고

땅속의 생명들은 일제히 궐기를 했다

 

벚꽃 진자리

김 익 택

 

 

화려하지 않지만

어디 한곳 나무랄 때 없는

마음을 정화하는 벚꽃은

사람들은 이구동성

화사하다고 탄성이다

 

만개한 그 벚꽃에

마구 비가 내린다

 

꽃잎에 맺힌 투명한 물방울

목마름의 해갈같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

냉정과 아쉬움이

교차해 마음 혼란스럽다

 

하지만 벚꽃이 지고 난

흔적 없는 자리마다

돋아는 초록 꿈은

꽃보다 원대한 열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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