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인정

 

김 익 택

 

 

강추위에도 웃는 너의 가슴엔 무엇이 있는가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가슴에 있다해도

마음까지 넓지 않을 터

꽃잎마다 빈틈없는 붉은 색이 곱게도 물들었다

그런 그대 보고 있으면 가난해서 살기 힘든 시대

내 어릴 적 이웃 정 같아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동백 꽃 몽우리의 미소

 

김 익 택

 

 

세찬 찬바람에도 너의 미소는 봄과 다름없다

약속은 삶의 진리라 포동포동 살찐 꽃몽우리

겨울 속에서도 삶의 의지는 태양의 믿음이다

바람이 증거 없다고 볼을 사정없이 후려쳐도

돌아서서 웃는 병신 아니라 확실한 믿음이다

웃어야 복을 받고 웃어야 아름다운 희망이다

 

사랑으로 맞이하는 동백

 

김 익 택

 

 

방안이 답답해서 무조건 외출을 나섰지

마음의 행장엔 막연한 기대는 있었지만

목적이 없었지

사람들은 반기지 않았지만

바람이 얼굴을 쓰다듬고

푸른 잎이 맑은 눈 맞춤을 했지

외로움이 없지 않았지만

고마움이 상상을 넘나들어 발걸음이 가벼웠지

번쩍거리는 차들은 그 안의 삶들을 대변했고

배추를 다듬고 있는 좌판에 할머니 곱은 손이

더욱 거칠게 보였지

잎 푸른 길가에 동백이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 가지는 만큼 느끼는

꽃 몽우리가 미소를 보여주었지

겨울은 누구나 아픈 것이라고

참아서 남는 것은 건강만 아니라고

꽃 몽우리를 감싼 얼고 마른 잎이 희생으로 보였지

도톰하게 미소를 띠었지

 

 

동백꽃 나를 가르치는 것은

 

김 익 택

 

 

겨울을 푸른 삶을 산다는 것은

 

네가 몰라도 내 눈에 비친 너의 모습이

한 권의 책 속의 진리와 다름없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픔 뒤에 희망을 인내 뒤에 행복을

생각 할 수 있게 한다는 것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믿는다는 것은

 

너의 이름 하나만으로 보증수표

그 수표가 증발한다 해도 너를 의심하지 않는다 것

 

 

 

 

동백꽃의 맑은 미소

김 익 택

 

 

마음 가리키는 곳

떠나지 못해 우울한데

눈 앞

반들거리는 른 잎사이

하얀 꽃이 방긋이 웃고 있다

그 미소

천진난만한 아이 미소 같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겹겹이 펼친 꽃잎은

하나같이 앙증맞고 귀엽다

너 고운 빛은

어디서 왔으며

너 예쁜 미소는

누굴 닮았을까

네가 견뎌온 지난 겨울은

고통분담도 소용없는

추위 뿐이었는데

그 모습 찾아볼 수 없고

다소곳한 미소만 보여주고 있다

 

 

봄꽃은 축제 아니라 부활

 

김 익 택

 

 

긴 겨울속의 기다림의 속임수처럼

봄의 기다림의 시간은

희망을 생각하고 기쁨을 생각했을 뿐

단 한번도 봄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막상 보내고 나면

맞이하는 기쁨도 잠시

겨울도 봄도 순위를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

마음이 몸의 편안함을 지향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지식과 지혜는 어려울 때 벌전하는 법

어쩜 봄은

더 아파해야 하고 더 고민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려하게 피는 꽃은 축제 아니라

고난의 시작 부활의 알림 임을

내 머리 내 가슴은 빈 깡통

김 익 택

 

 

배고프면 밥 먹으면 되고

몸이 나른하면 운동하면 되지만

한정 없이 넓은 빈 종이의 빈 마음을

채울 수가 없다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산책을 해도 떠 오르는 것이 없다

말 말

단 하루도 입 다물고 귀 닫지 않고 사는 삶

마음에 간직하고 담아두고 싶은 언어는 늘 빈곤하다

TV 신문 유튜브 페이스북

생각과 상상 지식과 지혜가 넘쳐나는 디지털 세상

세계 곳곳의 정보 동시에 소통해도

내 머리 내 가슴은 빈 강통이다

동백꽃 낙화의 메시지

김 익 택

 

 

서로 원수 사이가 아니라면

언제 아름다운 이별이 있었던가

 

외로움과 그리움이

동사가 아니 듯 마음의 정체는

심장의 고동소리에 민감한 것이지

 

피고지는 것은 같은 삶

볼 수 있다는 것 볼 수 없다는 것

그 차이인데 이별은 매양 서러울까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 그보다

떨어진 뒤 아름다운

본래의 모습을 잃었기 때문일까

그리고 보면

내가 내 마음에 또 하나를

그릇된 편견을 고착화시킨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늦가을의 동백 꽃 몽우리

김 익 택

 

 

 

나무마다 잎이란 잎 모두

다 떨어지는 늦가을

푸른 잎사귀 사이사이

오동통통한 꽃 몽우리가

얼굴을 내 밀고 있다

 

봄에는 모란 여름엔 장미

겨울엔 동백

종이 다르고 계절이 달라도

색이 닮았고 모양도 닮았고 크기도 닮았다

 

그래서일까

전설과 신화속에 사는 것도 모자라

평생 부와 명예를 누리고 살고

사랑과 이별을 먹고 산다

 

고향이 다르고 피는 시기가 달라도

사랑과 아름다움은 같은 이치같이

만남도 사랑이면 떠남도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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