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벚꽃이 피고 질 때
김 익 택
저 벚꽃
일제히 한꺼번에 피는 것도 화려하지만
순식간에 화르르 지는 것도 환상적이다
우리의 삶도 축하와 축복속의 탄생처럼
죽음도 그와 같이 슬픔가운데 아름다웠으면
저 벚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나
문득 아름다움이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생각해 본다
벚꽃 네 마음을 모르겠다
김 익 택
작은 바람에도
살랑살랑
고개를 흔드는 너
웃는건지 우는건지
좋은 건
안 알려도 잘 알고
싫은 건
감추어 잘 아는 세상인데
싫어도 도리도리
좋아도 도리도리
네 마음을 모르겠다
아낌없이 베푸는
꽃에 취하고 향기에 취한
벌 마냥
오늘은 도통
내가 내 마음을 모르겠다
4월 삶의 초대장에는 이름표가 없다
김 익 택
4월 삶의 초대장에는 이름표가 없다
나날이 초대장을 날리는
빛과 바람은 이자도 없고 원금도 상환도 없다
이미 자리를 잡은 민족주의자들이
스크럼을 짜고 배척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도 빈틈은 있다
안이한 나태주의와 외세의 배척주의이다
그들이 잃어 가고 있는 자기 혁신은
일어나라 깨어나라는 조언도 없고 충고도 없고
지키고 발전하는 것도
실패하고 몰락하는 것도 삶들의 자신의 몫이다
철저한 자기 책임주의
자유 평화는 투쟁에서 쟁취해야 유지되는 법
4월의 삶의 초대장에는 자유만 있을 뿐 책임은 없다
4월의 소리속에는
김 익 택
4월의 바람에 산들을 뒤덮는 초록이
거대한 생명체같이 술렁이고 있다
어느 산비탈에는 리듬을 타고
어느 보리밭에는 파도를 타고
그 속에 휘파람새는 집을 지어 세레나데를 부르고
그 위에 제비는 흙 집을 지어 사랑놀이를 한다
4월에 내리는 비 4월에 부는 바람은
버릴 것 하나 없는 사랑의 매개체이며
4월에 풀벌레 소리 4월의 새들의 노래는
생명의 매개체
당사자가 아니면 그 의미로 다 담을 수 없다
봄 참 아름답고 고맙다
김 익택
봄 참 곱다
봄 참 희망차다
봄 참 고맙다
그 보다 좋은 말 있으면
참 좋겠다
꽃바람
김 익 택
구름위로 걸어가는 바람은 소용돌이는 있어도
실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내가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을 말리는 것도
내가 즐거울 때 웃는 눈물을 말리는 것도
바람은 슬퍼하지 않고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내 가슴의 우울과 반가움의 치유는 시간 지나야
되돌아오는 안정은 가슴만 아는 가객입니다
꽃의 의사 전달방식
김 익 택
꽃이 마음을 전달하는 건
얼굴 아니라 향기입니다
꽃의 마음을 받아드리는 건
향기가 아니라 꽃입니다
싫고 좋은 것도 아픈 것도
신나는 것도
향기로 의사 전달을 하면
맞이하는 건 꽃입니다
시든 꽃의 위로
김 익택
시든 꽃을 좋아하는 건 남 모르는 사연이 있겠지요
돌이킬 없는 뒤늦은 후회 또는
양심의 회복 그런 것 말입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어디 꽃뿐인가요
리즈테일러도 늙고 정윤희도 늙었지요
그들의 몸은 늙어 걷는 것조차 어려울지라도
그들이 남긴 예술은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줍니다
그러니 아쉬워는 하드라도 죄책감에 괴로워하지 마세요
그 꽃이 시든 꽃은 늦게 찾아온 그대 꾸짖음 아니라
그 꽃은 가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든 것이지요
그대 염려와 안타까움은
가슴에 사랑으로 남겨두고 기다리면 됩니다
영원히 놓쳐버린 시간이고 기회를 잃어버린 것같이
한때는 괴롭고 미안하겠지만
시간이 또 그대 양심을 평온하게 치유해 줄 것입니다
삶이란 모두 청춘도 있고 아픔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대
시든 꽃을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지난간 일은 사랑을 남겨두고
기다리면 그 마음이 다른 선물로 돌아올 것입니다
벚꽃 이별의 의미
김 익 택
4월의 바람이
화려했던 벚꽃의 시대를 막을 내리고 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기쁨도 슬픔도 내 것 아니라
네 것이라고
가져가는 것은 삶의 무거움뿐
모름지기 아름답고 행복은
소유하는 것 아니라
나누는 것이며 베푸는 것이라고
4월의 바람에 시원하게 날려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