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찾는 동박이

김익택

 

 

조석으로 봄 같지 않는 겨울

새 하얀 매화에 앉은 초록 동박이

꽃이 새인지 새가 꽃인지

아름다움을 견줄 수가 없다

나보기에

아름다움을 더한 아름다움인데

부드러운 꽃술에

뾰족한 부리로 마구 쪼고 있으니

매화에겐 어떨지 궁금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벌을 부른 것인데

동백이가 찾아와

지탱할 체력이 못 되어

귀찮을 것 같고

어떻게 생각하면

뜻하지 않는 손님이

찾아와 반가울 것 같기도 하다

 

그대 손끝에 흐르는 선율

김익택

 

 

그대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해맑은 건반 소리가

내 심장 울림통을 톡톡 건드리고 있네요

 

오래전부터 내가 모르는 서러움이

심장에 단단히 박혀 있었나요

 

억지로 뽑으면

더 아파 상처가 되는 슬픔을

있는듯 없는듯 조용히

 

이른 봄 똑똑 떨어지는 얼음 물방울같이

내 가슴의 개울에 흘러내리나 봐요

 

그대 손끝에 흐르는 파동이

남 모르게 쌓여 있던 아픔을

 

처음 봐도 오래전 친구 만남같이

얼굴만 봐도 미소가 번지고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뭉클하게 하네요

살다 보니

김익택

 

 

행복했냐고요 행복할까요

전제와 의문에

동공이 흔들리고 머뭇거리게 되는 건

부족하고 애틋한 삶

 

살다 보면 내가 나를 두고 탓하는 일은

흔한 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각각 다른 환경에서 겪는 삶일 뿐

 

이해와 오해

모함까지 나의 삶이라는 것을

 

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을 수 있어도

불행은

나도 모르게 불러들이는 일

 

행운은

의도로 되지 않는 것처럼

 

너를 만난 그날 하루

김익택

 

 

너를 만난 그날 하루는

내 가슴에 새긴

아쉬움의 백지장엔

할말도 많고 써야 할 글도 많았지만

간직한 눈물과 외로움을

드러낼 수 없었다

흘러내리는 눈물은

발걸음마다 떨어져도 보이지 않고

눈 없는 뒤통수가 부끄러웠다

마주보고 웃어도

말하지 못한 말은

인내를 시험하는 군사 훈련보다

힘이 들어

마음에 없는 말

늘어놓고

바라보는 먼 산이

왜 그리 슬픈지

내가 싫어 속 울음을 삼켰지

 

기억이 세상을 바꾸는 그날이 오기까지

김익택

 

 

바람 불어 꽃 비가 흩날려도

너 없는 봄은

꽃도 울고 초록도 울어 흐릿한 세상

 

너 아니면

내 가슴에 멈춰버린 시간은

밤도 낮도 몰라

 

아무리 화사한 벚꽃 세상일지라도

피지 말아야 할 꽃이

피어서 떨어지는 꽃

 

저기 아름다운 연인의 웃음소리는

봄 바람은 흔들어 놓은 어지러움

 

아름다워서 더 슬픈

내 가슴에 떨어지는 눈물방울은

돌아 갈 수 없는 지난날의 확인증

 

흘러도 보이지 않고

닦아도 닦아지지 않는

네가 내 가슴에 심어 놓은 흔적

 

기억이 세상을 바꾸는

그날이 오기까지

 

이 봄의 꽃들은

눈물로 피고지는 한 떨기 꽃

 

나는 세상에 다시없는 바보

김익택

 

 

남 몰래 숨어 지켜봐도

얼굴에 붉은 꽃이 피고

떨리는 가슴

바람을 맞고 비를 맞아도

답답해

밖을 뛰쳐나와 고함을 질려

 

개가 짖고

새들이 놀라 도망가고

그때서야 깨닫는

꿈에서 현실을 찾는 나는

세상에 없는 바보

 

나 밖에 모르는

오늘 하루도

생각에서 만나고

상상에서 고백하는

비밀 하나는

애태움으로 자라고 슬픔으로 자란다

 

묻지 않아 모르는 네 맘을 물을 수 없는 것은

김익택

 

 

저 나무가 웃고 저 구름이 웃을 지라도

혼자서 말하지 말고 혼자서 웃지 말자

 

슬픔도 아픔도 나누어야 풀리는 것이라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 달랠 수 없는 것이지

 

묻지 않아 모르는 네 맘을 물을 수 없는 것은

바람으로 막을 수 없는 미움이

예의를 넘어선 상처가 될까

괴로워도 그리워도 배려를 뛰어넘을 수 없었지

 

생각이 많을수록 쌓이는 건 풀리지 않는 의문은

책임과 의무가 무엇이 그리 많은 지

 

기적이나 행운은

바람은 꿈에서 만날 수 있는 운 좋은 기회

생각이 해결할 수 없는 범위를

오늘밤도 어젯밤같이 알면서도 밤을 지새운다

 

이별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김익택

 

 

손 흔들고 돌아서는 그대를

차마 볼 수 없어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

하늘을 바라보았지

 

부끄러움도 없고 양심도 없는 눈물은

또 왜 그리 흐르는지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너도 나도

이별을 말하지 않고

만남을 말하지 않았지만

너는 내가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하늘의 별

 

내 작은 사랑으로 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숨을 쉴 때마다 아픔도 그 만큼

참아야 한다는 것

 

사랑이 쉽게 잊거나 잊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얘기일 때

 

양심과 예의가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너를 알기 전까지는 아프지 않았던 일

 

그러나 너를 사랑한 사람이라면

그 길을 갈 수밖에

삶 그 길은

김익택

 

 

서랍속에 두어도 잠들지 않고

책장속에 숨겨둬도 속살거리는

나의 복주머니 속에는

 

남모르게 간직한

웃어도 눈물 나고 울어도 미소가 번지는

얘기들이 모여 산다

 

모름지기 삶이란

아파서 즐거운 것 없고 슬퍼서 행복한 것은 없다

 

있다면 지독한 인내 뒤의 일

 

내가 흥얼거리는 한 곡의 노래속에도

높낮이가 있듯이

 

피할 수 없는 그 길을

나도 가고 너도 함께 가는 길일 뿐

예외는 없다

 

그 길은 지나고 나면 공허함 아니라

즐겁고 행복했다는 것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김익택

 

 

저 무심한 바위에 머리를 쳐 박아

피가 철철 흘리면 시원할까

쏟아내지 못한

내 안의 슬픔은

의리도 눈 감았고 믿음도 귀를 닫았다

 

잊어버린 사랑을 되 찾는다 해도

지난 그 날은

지워지지 않는

내 영혼에

벼락이 번쩍이고 천둥이 치는 날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한다는 말은

책임 없는 바람이

눈물을 마르게 하고

젖은 눈을 더 젖게 하는 비 보다 못하다

 

 

 

가슴에 피는 꽃의 비애

김익택

 

 

내 가슴에 피는 꽃은

꽃을 피우고 향기를 피워도

나 밖에 몰라

내 가슴에서 피고 진다

 

고백과 고해는 다른 것인데도

아름답지 않을까

향기롭지 않을까

생각과 의문엔 입을 꼭 다문 채

 

나 밖에 모르는 그 꽃을

나는 미안하고 부끄러워

숨어 피우고 숨겨서 피운다

 

그 꽃이 져서 발효가 되어

술이 되고

술이 식초가 되어도

울면서 피우고

아파하면서 피운다

 

긍정적인 생각

김익택

 

 

이제는 울게 하지 마

울어서 풀리는 건

더 울어야 풀리는 법일지라도

이제는 울리지 마

내가 내마음을 어질 할 수 없을 때

웃어서 더 밝은

마음을 찾아야 해

여름에 겨울을 즐길 수 없어도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법이 있고

겨울에 여름을 즐길 수 없어도

겨울을 즐길 수 있는 법은 있지

회피하기 보다 도전이 필요 해

우리네 삶이

고난은 연속이고

행복은 양념일지라도

긍정적인 생각은

희망을 가지고 살겠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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