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화포천의 평화로움

김 익 택

 

 

화포천 겨울새는 모두 떠나갔는가

하늘과 호수에는 텅 비었고

텃새 같은 철새 오리 한 두 마리

푸른 화포천을 가로 질러 날라간다

 

날마다 초록 잎이 겨울을 지우는

화포천 늪 한가운데 호수에는

그 옛날 농부 벼논에 논 메 듯

저어새들이 부리로 호수바닥을 훑고 있다

Heart/Never

김 익 택

 

 

이른 아침 물안개와 붉은 태양을 맞이하려 가는 날

무심코 튼 음악 Heart의 Never

나는 즐거운데 네가 괜스레 나를 울리고 있다

언제 있었는지도 모르는 내가 잊고 있는 외로움을

네가 잊지 않고 있다고

안개속의 머무는 슬픔을 들추어내어 나를 대신해

울어주겠다는 듯 전자 기타가 가슴을 두드리면

네는 호소인 듯 울음인 듯 세상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재두루미의 삶의 불문법

 

김 익 택

 

 

너의 뼈 속의 DNA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 불문법인가

 

먹이를 먹을 때도

집으로 돌아 갈 때도 안전 거리 유지

발목이 얼어도 호수에서 잠을 자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언 호수에 쉰다

 

아무리 사랑을 말하고

생명 존중을 실천해도 평화와 안전은

지킬 때 의미가 있고

의심이 쌓이면 신뢰회복은 쉽지 않음을

 

나는 오늘

너에게 배우며 발길을 돌린다

재두루미 너는

 

김 익 택

 

 

너의 아름다운 자태는 춤의 모럴

사랑놀이는 말 할 것도 없고

날아도 아름답고 착지도 아름답다

하물며 싸우는 것까지

싸움 아니라 춤이다

그런 너를 보기위해

1년을 기다린 사람들은

영하의 추위에 손발을 동동 구르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를 보고싶어 하지만

정작 너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서

바람이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바람의 냄새에도 코를 의심하는가

고개를 고쳐 세우고

날아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주남지에 찾는 두루미

김 익 택

 

 

몽골 시베리아 북녘에서 꿈 찾아온 두루미

조선시대 활량 회색 도포 휘날리며 춤추는 듯

청상과부 한과 원을 소매 끝 장삼으로 푸는 듯

하얀 날개 활짝 펴고

빈들에 안착 하자마자 춤춘다

무엇이 그리 좋을 까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텅 빈 들판과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뿐인데

내 눈에는 걱정이

배고프고 춥기만 하다

두루미의 먹이 찾는 모습

 

김 익 택

 

 

빈들에 허리 굽혀 이삭 줍는 아낙같이

싹 뚝 잘린 벼 밑 둥 밖에 없는

앙상한 넓은 들을

어정어정 걸어가는 그대

허기는 채울까

꽁꽁 얼은 저수지 숨구멍에 자맥질하는

그대 무슨 운명일까

귀한 손님 왔다는 소식에

구경 나온 나그네

마당 한가운데 솔뿌리 걱정하는 걸까

그 옛날 우리 할아버지

곰방대 입에 물고 논길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아롱거린다

사랑의 모순

 

김 익 택

 

 

그걸 몰랐네

배려가

존경이라는 것

그리움이

외롭다는 것

그들에게 화포천은

 

김익 택

 

 

먼 길 날아가는 철새

날아간 뒤에

먼 길 날아오는 철새

 

그들에게 주남지는

만남 없는 만남의 장소

속이 텅 빈 것 같아도

속이 알찬

일터이며 안방일까

 

왠 종일 조잘대며

왠 종일 잠자고 있다

사랑한다면 그러지 마

 

김 익 택

 

사랑한다는 이유로 함부로 하는 말

이제는 하지 마

너에게 쉬운 말과 행동이 예의에 벗어나면 추행이라는 거

몰랐다면 지금 내가 한 말 명심해

나 이니까 말하는 거야

좋을 땐 존경하는 마음으로 괴로워할 위로하는

마음속에 우러나오는 진심은 없는 거야

좋아한다면 사랑한다면

미워도 한번쯤은 실수해도 이해하려는

넓은 아량은 없는 거야

내가 무엇 때문에 불편 해 하는지

마음을 살펴 함께 나누려는 진심은 없는 거야

매양 좋아한다는 것은 함부로 해도 좋다는 의미 아니지

관심이 없다면 설렘이 없다면

말 해도 그만 말을 안 해도 그만이면

우리 사이도 이제는 그만이야

기회는 한번이야 습관 관습 그런 말 도움되지 않아

사랑한다면 그런 거 아니라고 생각해

함께 걱정하고 나누려는 마음 있다면

물라서 한 말을 조롱하지 말아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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