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의 텃새

김익택

 

 

빼앗으려는 흰꼬리수리와 도망가는 까마귀

둘 사이 가격이 좁혀질수록

긴장감이 바람을 뚫는다

살려면 입에 물고 있는 먹이를

버리면 되는 것인데

토박이의 잇점과 동료들의 반응을 기대는 하는 걸까

까마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하나 둘 따라붙는 까마귀때의 기세에

오히려 수세에 몰린 건 흰꼬리수리다

끈 질긴 등쌀에 못이긴 흰꼬리수리는

결국 쪽수에 밀리고 말았다

아무리 맹금류라고 하드라도

토박이의 텃세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먹이를 앞에 두고  쫓겨나는 걸 보면

 

 

합의 이혼의 단상

김익택

 

 

두 눈 꾹 감고 성명에 날인하면 끝이다

 

고개를 숙이는 건 회피할 수 없는

그 무언가

마음에 퀭기는 잘못이

싸늘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인연이 자연이 되기를 바랬던

두 사람 앞에

이혼 장 종이가 울컥거리게 했다

 

미련 없다는 생각이 시원치가 않았다

바보

만남은 서툴렀지만

떠남은 옳은 판단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형용할 수 없는 자괴감이 들었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합의 이혼서에 시선이 머물렀다

살면서 이렇게 직감적인 글을

느낀 적 있었던가

 

크게 보이고 겁이나는 글

날자 성명 이혼사유 재산분할 등등

헤어짐 앞에 정리해야 할

일들이 치사하고 더러웠다

 

아무리 사랑했어도

돌아서면 남이 되어도

남이 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몹쓸 짓이라 미안했다

 

이렇게 헤어지는 구나

올 것이 욌구나

어떻게 살 것인가

 

물음과 물음 사이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꾸역꾸역 올라오는

억울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복잡한 내 심경에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자연은 기다림

김익택

 

 

기다림 없는 희망이 있고

기다림 없는 사랑이 있었던가

 

꽃을 피우는 것도

열매를 맺는 것도

바람을 먹고 물을 먹고

햇살을 먹고

사랑을 먹고 자란다

 

내가 보상해 줄 것은

미안하다 말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조건 고맙다

꽃을 피워서 고맙고

향기를 피워서 고맙고

반겨줘서 고맙다

그 말 밖에

 

만남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밖에

평생 주는 것 없어도

짜증 한번 내던가

 

꺾고 밟고 뽑아도

가지고 있는

포용과 수용 용해와 융용

사랑으로 되돌려준다

 

글을 쓰는 것도 사진을 담는 것도

자연이 나에게 덤으로 준 선물

 

피는 꽃의 위로

김익택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행복은 없다

노력하고 사는 것 밖에 없고

사랑하는 것 밖에 없다고

 

저 산에 숲은 오늘도

어울려야 아름답다고

평생을 말하고 또 말한다

 

저 산의 많은 꽃들은

저절로 자라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만들고 내가 키우고

내가 지키는 삶이다

 

내가 나를 지키기 버거울 때

하나보다 둘이 좋고

둘보다 셋이 힘이 된다고

그래서 어울러 사는 것이다

 

 

꽃과 사람

김익택

 

 

겨울비는 매 순간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지만

이른 봄을 기다리는 생명들에게는

오늘의 언 비가

삶이 녹녹하지 않는

교훈을 안겨준다

피는 꽃이

아름답지 않는 꽃이 있던가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자신을 알리는 고유한

색이 있고 향기가 있다

그것 모두

알고 보면

살기위한 몸부림 아닌가

그렇게 꽃들은

후회도 미련도

고마움을 간직한 채

꽃잎이 잊게 하는 푸름이 올때까지

또 한 시절

꽃은 사람에게 사람은 꽃에게

아름다움의 기쁨을 주고

고마움을 전한다

 

 

밤이 긴 겨울에

김익택

 

 

낮보다 밤 깊은 계절에

잠 못 이루는

내 뇌리에는

정신 탓을 하는 걸까

뚜껑이 열리는

젊은 시절처럼

공손히 귀 기울여

떠도는 생각

글과 글은

나 몰라라 돌아선다

그래도

버리지 못한 미련

모세의 기적을 꿈꾼다

 

자존심 싸움 그 뒤

김익택

 

 

혹시 하는 그 뒤

불안과 초조

전화는 오지 않았죠

비하 창피 미움

이미 내 마음은

나쁜 말의 집합소가 되었죠

떠들어도 욕을 해도

시원치 않았죠

걸려오는 전화는

어깨를 떨어뜨리는

낯선 번호 보험가입 설문조사

눈을 뜨면

천정엔 우울이 방문은 단절

눈감으면 결론 없는

이해와 화해의 줄다리기

잊는 것 잃어버리는 것

그것이 안되

내가 나를

머리를 쥐어박고

가슴을 때리는 것밖에

 

포레스텔라 목소리의 경지

김익택

 

 

깊고도 넓고 높고 낮은 소리

세상의 사람들이 울고 웃는다

 

두성 흉성 진성 비성이

만들어낸 감성의 소리는

우울하기도 하고 해맑기도 하다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다

 

베이스 바리톤 테너 소프라노가

풀어내는 4인4색의 화음은

부드럽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밝기도 하다

 

그들의 목소리는 마술 아닌 예술

그들의 목소리는 천상의 소리 아닌

인간계의 한계를 벗어난 소리

 

세상 사람들의 가슴을

춤추게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

 

 

총 균 쇠가 나를 보고

김익택

 

 

건성건성 읽는 나를 향해

총을 겨누고

균을 퍼뜨리고

쇠망치로 때리겠다고

똑바로 앉아

똑바로 읽으라 한다

 

네 눈이 흐릿해

책장 넘기는 소리 허술해도

한자한자

20년을 연구하고 갉고 닦은 글

마음대로 쓴 글은

단 한자도 없다며

 

바람처럼 가볍게 읽을지라도

정신이며 영혼

한점 양심에 부끄럼없이

쓴 글이라 한다

 

 

마음을 창작하다

김익택

 

 

입도 없고 눈도 없고 귀도 없으니 마음도 없다

하지만 나는 마음에 장터에 소통의 길을 만들어

꿈 하나를 우뚝 세워 마음을 집어넣고

입도 만들고 눈도 만들고 귀도 만들려고 한다

불에도 타지 않고 물에도 녹지 않는

마음의 장터에서 소통하고 교감하려고 한다

사물도 균형 마음도 균형 삶도 균형이다

아이와 어른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을 만들려고 한다

하늘의 진리와 자연의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어넣어 종합백화점을 만들려고 한다

쉬운 생각과 달리 시작은 어려웠다

그동안 준비는 어디까지 준비였다

상상에서 시작한 공상의 하루는 행복의 극대화는

불행의 극대화가 될 수 있을 대비하지 않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지만

범위를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나서

무엇을 어떻게 배치하고 내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공사우선 순위까지 찾지 못했다

난 널 믿어

김익택

 

 

사랑은 받는 거 아니라고

거절한다는 말

아니면

이해 못할

그 어떤 나쁜

소문을 듣는다 해도

네가 아니라면

난 말을 믿어

너를 알고부터

내가 아는 것은

진실 하나뿐

사랑에 빠져

이성을 잃은 것 아니라

단 한마디로

이유없이

허투로 하지 않는다는 것

너를 누구보다

자신 있게 알고 있기에

나는 조건없이

난 널 믿어

 

 

찾지못한 사랑

김익택

 

 

오늘도 어제처럼 뇌수에 흐르는 강은

주인 없는 달콤한 홍시 맛

 

꿈을 꾸어도 꿈 아니고 하늘의 별

귀 닫아도 들리는 떫은 땡감 맛

 

어제 내린 눈은 가슴으로 흐르는 눈물

오늘 내린 비는 마음으로 흐르는 눈물

 

홀로 사랑하고 홀로 기다리는 시간은

가슴 태우는 태양 달을 갉아먹는 구름

 

그대 생각이 머물면 흐르는 눈물은

울어도 나 밖에 모르고 웃어도 나 밖에 모른다

 

이세대의 존재가치 그 이름 아버지

김익택

 

 

내가 취한 행복 내가 누린 건강

세월이 가져가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나요

세월을 거역할 수 있다면

그것이 말로 사기지요

요람에서 죽음까지

전쟁과 끔찍한 살상 그 속에서

죽지못해 살았다 해도 희망은 있었지요

자유민주주의 평등하게 사는 것

이것 모두 잘 살아야 지킬 수 있다는 것

그분들의 희생과 근면성실로

자라난 50~70세대 산업역군

죽어도 자식교육

또한 열심히 살았지요

그들의 자식들

누릴 것 다누리는 디지털세대

그들 나름대로 불만은 있겠지요

개인주의도 좋지만

가족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고 세계를 생각해야해요

우리도 도움을 받았으니 돌려 줘야죠

잘하고 있지만 나약함은 안됩니다

노력하다 안 될 때

운을 말하지 말고 운명을 말하지 말아요

행복했다 생각하고 행운이었다 생각해요

다른 길 다른 선택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다음은 사람답게 사는 법

발전 뒤 따르는 희생 잊지 말아 합니다

사람에게 도리가 있다면

생명의 도리 자연의 도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쬐는 태양 공기 바람 비 물

흙과 돌멩이 하나까지

공짜는 없습니다

어느 것 소유물이 아니라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고

지켜야 할 의무 있고

보존해야 할 의무 있습니다

그것이 존재 가치입니다

공유하고 공존한다는 것은

제 의무를 다하는 것은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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