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똥개

김익택

 

지아비가 진돌이인가

지애미가 진숙이인가

역 삼각형 얼굴에 쫑긋이 세운 귀는

진도개가 맞지만

축 처진 귀와 짧은 다리를 보면 아니다

그러나

용맹성 하나를 보면

진돗개 핏줄을 이어받은 것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 조그마한 체구로

야생 늑대를 사냥하는

몽골 독수리 무리속으로

홀로 들어가

여포처럼 관운장처럼 조자룡처럼

먹이를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똥개도 집 앞에서는

50퍼센트 승률이라고 하지만

한국땅이지만 여기는 야생의 강가

그것도 50여 마리가 넘는 독수리무리 속으로

군계일학처럼

먹이를 낚아채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나오고 있다

똥개와 독수리

김익택

 

 

악마같은 민둥머리 뾰족한 메부리코

날카로운 발톱 활짝 펼친 검은 날개 2미터

그 속을 헤집고 다니는 똥개 한 마리

 

이빨을 드러내는 저돌적인 행동에

5십여마리 몽골 독수리

큰 날개 펼치며 주섬주섬 물러나다

혼비백산이다

 

믿기 어려운 눈 앞에 펼쳐진 풍경 앞에

사실이 거짓말 같아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까마귀에게도 공격을 회피하는 걸 보면

낯선 땅 자기구역 아님을 인지한 것인가

하지만 그것도 홀로 있을 때 일

 

5십여 마리 독수리의 군집은

그 자체가 위협이고 공격이다

그 속으로 잡종 똥개 한마리가

내 집의 안방처럼 휘젓고 다닌다

 

사랑 그리움 뒤에는

김익택

 

 

삶과 시간 그 사이에 일어나는 많은 사건 중에

숨기고 싶은 그 이야기

남기고 싶은 그 이야기는 누구나 있죠

 

생각나면 화선지 먹물 번지듯

얼굴에 붉은 꽃이 곱게 꽃이 피기도 하고

생각하면 울그락불그락

가슴에 붉은 꽃이 피기도 하죠

 

자부심이라는 것이 자만심하고 달라서

세월이 감춰 주기전에는

있어도 없는 것처럼

얼굴이 가만있지 않고 양심이 가만 있지 않죠

 

사랑한다는 설레는 말과

사랑한다는 싫은 말을

하고 싶어도 듣지 못하고

해도 듣고 싶지 않는

세월이 되기까지 그리움은

 

시간속에서 숙성하고 발효되어

인내의 자양분이 정의의 지렛대가 되어

추억이 되었지요

어느 날 문득 삶의 대한 고찰

김익택

 

 

희생을 전문으로 사는 삶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저 산에 나무들

저 논밭에 곡식들

아니다라고 할 수 없지

 

그것들 모두 관장하는 무엇이 있다면

태양과 땅

태양과 땅이 만들어 낸 자연

빛과 공기와 물

빛과 공기와 물이 만들어 낸 자연

자연이 만들어 낸 동식물

 

또 무엇이 있을까

사람이 사람 답게 살게 가르치는

그리스도와 부처님의 말씀

삶의 진리

그리고 철학자들이 가르치는

삶의 도의

 

사람들의 자생력 문화와 문명

언어와 출판

책이 만들어 낸

사람이 사람 답게 사는 교육

기능과 기술

슬기롭게 사는 지혜

그리고 또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랑

 

 

사랑 실의를 극복하면

김익택

 

 

꽃의 마음을 헤아려 본적 있나요

무슨 말을 하느냐고요

사랑 얘기를 하려고해요

세상의 제일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 사랑이지만

세상의 제일 외롭고 괴로운 것이 또한 사랑이죠

그 아픈 사랑 얘기를 하려고 해요

그 이유는 요

사랑의 실의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생각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세상을 바라보는 그 천착이

미물의 삶까지 다다른다는 것이죠

생각의 깊이 생각의 넓이

그리고 이해력 같은 것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믿음과 사랑 사이의 기대와 실망이 주는 성숙함은

예전에 믿고 있던 상식과 보통을 초월하는

배신 또는 존경

그것으로 말미암아 충격 같은 것 말입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속설처럼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사랑으로 피는 꽃은

김익택

 

 

세상의 어떤 꽃이 너만큼 아름다울까

눈이 웃고 볼이 웃고 말이 웃고

가슴이 웃는 꽃

말이 통하지 않아 못 알아듣는 것 아니라

말 하지 않아 아예 모르는

너를 곁에 두고

사랑하기에 참아야 하고 무관심 했죠

아니 너무너무 말하고 싶어도

부끄러워서 얼굴을 볼 수 없고

가슴이 떨려 할말을 잃어

마음 같지 않게 입을 꼭 다물어져

할말이 많아도 길을 잃었지요

너를 보면

노력의 의지도 삶의 목적도

이상을 잃어버려

무슨 말을 할까요

어떻게 할까요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내가 싫어 내 가슴을 치고 싶을 뿐

기다리는 것도 애태우는 것도

나눌 수 없는 나만의 전유물

앓다가 세상을 잃는다 해도

아깝지 않는 삶

닿지 못한 인연이

하늘에 별이 되어

미운 꽃으로 피고 자책으로 피고

원망으로 핀다 해도

너는 내 가슴에 피고 지는 꽃인 것을

 

사랑하는 그 이름 하나

김익택

 

 

사람이라 사람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너의 이름을

나는 아까워 부를 수 없고 아껴서 부르고 싶었죠

새벽 닭이 가슴을 쪼고

그믐 밤 늑대가 심장을 물어뜯어

피가 꺼꾸로 솟아도 잊지 못하는 이름 하나는 그대

사랑이라 말은

아껴서 말하고 싶었고 아까워서 함부로 말할 수 없었죠

눈이 있어 거울을 닦는 것도

정신이 있어 기도를 하는 것도 그대를 위해 하는 것

약속은 말을 해야 꼭 약속인가요

내 곁에 네가 있으면 너 곁에 내가 있음을 난 믿어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은

마음도 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을때 하는 말

너의 이름은 누구나 부를 수 있지만

나를 위한 고유명사가 되었으면 해요

아끼면 보물이 되고 나누면 선물이 되는

나만의 이름 말입니다

배려라는 말은 맞아도 공유라는 어울리지 않지요

내가 사랑하는 단 한사람 바로 너이니까요

 

 

입 바람의 거짓

김익택

 

 

내 가슴에 하얀 낙엽이 부숴지는 날

겨울바람은 냉정했죠

추워서 옷깃을 올린 코트속을 파고 들었고

벚 나무는 울었죠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요

한파가 언제 멈출지

마른나무가지에 움은 언제 틔울지

회색 구름에 갇혀버린 태양의 신호는

침묵보다 못했지요

가끔 몰래 스며든 봄바람이

세상은 온통 거짓말로 도배되어 있다고

비로 씻어야 한다고 했죠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나무에 앉은 직박구리는

나무껍질속 벌레도 오염됐고

동백꽃 몽우리 앉은 박새는 꽃샘 꿀도 오염됐다며

입바람이 하는 말을 믿지 말아야 한다고

울면서 말했지요

사람이 더러우면 바람도 더러워지고

바람이 더러워지면

나무도 꽃도 더러워지고 세상이 더러워진다고

비가 씻어야 할건 먹고 배출하는 오물이 아니라

책임없이 내 뱉는 거짓말이라고

바람이 나무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라고

피우지 못한 꽃나무가 울고

참나무 깡마른 잎이 울고 있네요

 

동백꽃과 나 사이에서

김익택

 

 

저 곱고 부드러운 꽃이

꽁꽁 얼어 떨고 있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 역시

속앓이를 했을 지라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추울까 아프지 않을까

내 맘같이 너도 그럴까

네가 말을 건네도 알지 못하고

내가 말해도 듣지 못한다

공간과 시간 사이

주고받는 눈빛만 아릴 뿐

내 가슴을 튕기는

가야금 소리가 서럽다

세상 한바퀴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결코 짧지 않는 시간

단 한번도 봄 같은 포근한 날

피고 지는 겨울이 있었을까

너에게 일상일지라도

내 눈에 비친 너의 미소는

그 고통 죽지 않으면 면할 수 없는 것 같아

내 모르는 전설로 들어가

아픔을 읽어본다

 

너를 만나면

김익택

 

 

떨지 마 쫄지 마

좁쌀 아니고

쫄보 아니잖아

부끄러워하지 마

얼굴 붉히지 마

두건거리마

위축되지 마

대범하게 담대하게 행동해

죄 지은 것 아닌데

수백수천번 다짐해도

그것이 안 돼

내가 나를 통제할 수가 없어

너를 만나면

나만의 그대 모습 곽동현

김익택

 

 

뼈를 깎고 살을 태워 예술로 승화시켜

가슴 가진 사람들을 심금을 울리는

그대는 영혼 설교자 아닌가

 

울음으로 토해내지 못한 고통을

어쩜 저렇게 시원하게 쏟아낼 수 있을까

 

아프고 아파서 울부짖는 통한의 소리가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대 노래를 듣고 있으면 꽃으로 환생했다는

그 옛날 전설이

사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삶의 주장

김익택

 

 

맑은 영혼이

꽃으로 환생하기까지

계절은 가만 있어도

없는 죄를 추궁하는

고통 응축의 시간

 

제 살을 갉아먹으며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제생명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DNA

보존본능의 절대성

 

내가 나를 알지 못해도

알아봐 주는

제3의 눈이

제 의무를 다 할 때까지

나 것이기전에

너의 것임을 주시고 있다는 것

나의 존재가치에 대한 보답은

김익택

 

 

여기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귀한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정확히 알 수 없는

태초의 시간에서

지금까지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고

무엇으로 감사해야 할지

기도로 모자라고

설신성인으로 모자라는

다시없는 생명

다시없는 사랑이다

그것 생각하면

아낌없이 후회없이

내가 나를

평생 아끼고 살고

사랑하고 살아야 한다

 

 

기억과 세월 사이

김익택

 

 

체력의 고통이 가슴에 새기는 건

영원한 줄 알았는데

그 체력 고갈되는 세월을 겪다보니

죽음을 함께했던 동료 이름도 잊고

얼굴도 가물가물 하다

 

그래도 잊지 않는 건 군번

 

지켜야 산다는 살의의 각인 때문일까

어머니 생일을 잊고 아버지 기일을 잊고

내 생일까지 잊어도

전역하고 나면

아무짝 쓸데없는 군번을 기억하고 있다

 

참 이상하다

 

하지만 정작 군생활땐

힘든 훈련중에도 떠 오르는 건

퍼뜩퍼뜩 보고싶은 사람 얼굴이었다

 

하기야 아직도 생각나면

어제같이 설레긴 하지만

그 사람 얼굴은 가물가물 하다

 

사랑을 접고 난 뒤

잊음이 우선이라서

기억은 잊어도

추억은 잊지 못하나 보다

 

 

이성 마비

 

 

 

내가 할 수 없는 내 가슴에 청소는

누가 해주나요

 

보이지 않아 붙잡을 수 없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뇌가 좁다고 아우성을 치네요

 

생각과 생각이

행복을 붙잡지 못해

거들 수 없는 한이 가슴을 마구 찢어

불을 붙이고 있네요

 

한잔의 술로 부족해요

욕설로도 만족을 못해요

발악이 부채질하네요

 

행복추구와 현실의 충돌을

겉잡을 수가 없네요

사랑도 버리고 꿈도 버려도

저돌은 줄지가 않네요

 

밤낮없는 이 무지막지한 횡포를

누가 막아주나요

 

 

발걸음이 아는 집

김익택

 

 

올 때는 설레고 갈 때는 아쉬운

별만 아는 이곳을

내가 여기 왜 왔지

 

가슴이 발걸음을 길들여 놓은 곳

대나무 바람이 등을 돌려세운다

 

입 다물었던 그때를 비웃던

별빛이 차다

 

사랑은 간단치 않았나 보다

잊어도 예전에 잊었고

정리를 해도 예전에 했다 생각 했다

 

길들여진 습관은 아직도 아니었는가

헛웃음을 웃는다

겨울 바람의 시샘

 

 

 

빛이 가는 길을 따라 바람이 나섰다

건너 뛸 수 있는 것은

따라 갈 수 있지만

빛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유리벽을 통과할 수 없었다

 

유리벽 속에 있는 여자가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을 알 수 없는 빛이 여자 얼굴에 머물렀다

 

커피를 마시며 밖을 바라보는

여자 조용한 응시가

바람은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것아

검푸른 동백 잎을 건드려 보았다

 

골똘히 바라보는 여자 시선 앞에

겨울 응달 바람은

봄이 아니면 관심밖의 일인가

여자는 김이 모락모락 피는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여자의 시선을 끄는 것은 따스한 빛이었고

여자의 가슴을 데우는 건 커피였다

바람은 여자가 앉아있는 베란다 유창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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