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릉 안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김 익 택
사랑하는 사람 아니어도
헤어짐이 아쉬워
간절히 붙잡고 싶은 것이 있듯
단짝 친구 아니어도
시간이 짧아
못다 한 얘기 빗처럼 쌓이듯이
이른 아침
노송 사이
속속들이 스며든 안개
보이는 것 모두
흑백이어도
찬란한
네온 보다 더
안락해서 평화롭고
포근해서 아름답다
바람 한 점 없어도
있는 듯 없는 듯
스며들었다 사라지는 것이
세렝게티 초원의
발 없는 누 떼같이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눈 앞에 진 풍경들
담아둘 것이 너무 많아
이리 저리
여기 저기
이것 저것
아둥바둥
허둥대며 뛰어 다니다
정작 마음 다잡고
조리개 셔트 속도 조절하고
눈 같다 대면
안개는 꿈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아
아까 같은 안개
또 올까
바라보는 멀건 풍경
발걸음을 돌리면
바보 같은 아쉬움이
먹구름보다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