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의 소나무 느낌 하나
김 익 택
바람이 불어도 쏴 아
비가 내려도 쏴 아
시원하게 씻어주는 소리
오늘은 자욱한 안개가
고생했다고 쉬라는 듯
어질고 투박한
그대 온몸을 포근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다
옥정호의 물안개
김 익 택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화답하듯
하늘로 올라가는 물 안게 모습
이 땅의 소리 없는 삶들의 새벽 기도 같아
내 양심의 질문에 마침표를 찍는다
소나무의 항변
김 익 택
내가 언제 살려 달라 강요한적이 있었던가
나처럼 살아라 하고 강요한 적 있었던가
사람들은 소나무정신을 말하지만 나는 그런 것 모른다
그곳이 바위면 바위 언덕이면 언덕
살려고 몸부림을 쳤을 뿐
살다 보니 똑바로 살려고 해도 살 수가 없었고
죽을 수 없었기에 내 허리를 휘어야 했고
팔다리를 꺾어야 했다
건강하면 재목으로 죽어야 했고
산이면 산 들이며 들
너무 흔해서 구할 수 있는
부엌 아궁이 땔감이 되었다
그래서 살아남은 것은 요행
살다 보니 나도 몰래
서원에서 사원에서 마을에서 수호신이 되었고
아무도 괸심없이 못생기면 산 지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