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김 익 택
너만 보면
설명 못할 이 뿌듯함은 무엇일까
묵묵히 서 있어도 든든하게 느끼는
이 믿음은 무엇일까
내가 겪어보지 못한
수백년 네가 겪은
인간의 역사
삶의 그렇고 그런 얘기
아니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삶의 그 얘기
알아도 말 못하고
하고 싶어도 말 못하는
압축되고 함축된
삶의 의문과 모순
그 군상을
보고 느끼라는 표상일까
쉬어가라 한다
김 익 택
다급한 마음 가라 앉히고
지난 해는
기억은 해에 매달리지 말라고
겨울 속에 봄 같은 비가 내린다
과거도 미래도 현실도
울어도 위로 되는 음악에 정신을 내려놓고
온 몸을 녹이는 한잔의 커피에 나를 맡겨 두고
잠깐
숨을 쉬어도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되라고
비가 내린다
비는 내려도 바람이 잠자는 동안
저 나뭇가지에 매달린 빗방울의 휴식같이
삭혀야 효소가 되는 술같이
토하지 못한 것은 삼켜야 하는 법
피할 수 없는 세월은
좋아도 싫어도 삶의 몫
언 마음 녹이듯
봄비같은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도 그냥 하루 아님을
김 익 택
내 몸 속의 백혈구가
장렬이 싸우는 얘기
소용돌이쳐도 모르듯
오늘 하루
어제같이 평화로워도
내가 모르는 삶들
미래를 위해
모함 억압에 악전고투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 삶도
그냥 하루 아닌
참 아름다운 하루였음을
매운 바람
김 익 택
매운 바람이 고삐를 잡고 달렸다
하늘에 새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빈 공간에 낙엽이 소용돌이쳤다
개울의 얼음은 돌멩이를 부여잡았고
강가에 얼음은 버드나무 뿌리를 부여잡고 늘어졌다
햇빛이 아쉬운 양지쪽엔
우수선한 낙엽이 부들부들 떨었고
빈들에 수수깡이 소스라치며 울었다
유정
김 익 택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도
돌아오지 않는
계절은 없지
저 정체 없는 바람
저 생각 없이 흐르는 물
저 무심히 내리 비추는 빛
모두 무한한 가능성 원천인데
무색무취 불변인데
사람만 무수히 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