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왕릉 안개는

 

김 익 택

 

저 부드러운

온유한 빛은

썩은 마음 악한 마음

가리지 않고

허위 과대망상을

자식같이 보듬는다

평등은

너를 두고 한말

자연의 이치 따라

삶 따라 하기를

태초부터 했을 터

청춘 시절 다 지난 뒤

깨닫는 것이

삶의 태성

저 우유 빛은

모유같이 나누어주는

사랑밖에 없다

 

흥덕왕릉 소나무는

 

김 익 택

 

 

 

저기

허리 굽은 소나무는

오냐 오냐 내 새끼

안아주고 다독거려주던

꼬부랑 우리 할 매 닮았다

 

저기

가지를 늘어뜨린 솔잎은

그래 그래 무럭무럭 자라거라

미소 밖에 없고 칭찬밖에 없는

호호백발 우리 할 배 수염 닮았다

흥덕왕릉 노송 그대를 보고 있으면

 

 

얼마나 괴로웠을까

또 얼마나 아팠을까

 

살기 힘들어서

죽지 않으려고

처절하게 견뎌온

몸부림이

진정

지금 모습이라면

삶은 단순히 연명하는

인내가 아니라

 

나를 위한 책임이며

너를 위한 의무이고

승리이며 예술이다

 

사라지는 흥덕왕릉 소나무

김 익 택

 

 

가지 말라고

죽어도 함께 죽자고

서로 부둥켜 안고 울고 있는

저기 저 노송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 년은 옛말

솔잎혹파리

재선충이

저승사자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해마다 다른

팔순 노인

빈 머리 같이

든 사람 몰라도

떠난 사람 빈자리같이

정수리가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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