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운명
김 익 택
벼락 맞아도 죽지 않던 소나무
나 죽어도
길이 살아야 할 유전자
가지 끝에 매달고
열병에 말라 죽었다
봄의 향유가 활개 치던 날
송화 가루 흩날리며 맺은 씨앗은
전세 살고 있는 까치에게 부탁하고
푸석푸석하게 말라 죽었다
저승사자같은 환경미화원
전동 톱으로 몸통을
토막토막 낸 그 자리에 쌓아
영혼도 못 도망가게 푸른 비닐 천으로 덮고
밧줄로 꽁꽁 묶어 놓았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은
전설 아닌 전설
아열대기후 솔잎혹파리 재선충으로
남은 삶도 파리 목숨
늘 곁에 있어 몰랐던
더 높은 기상
정말 전설 이야기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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