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피는 칠월
김 익 택
참다 참다 못해 깨문
입술의 피멍인가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멍들은 가슴인가요
울다 울다 말라버린
피 눈물인가요
그 이유 그 전설이 거짓인지 몰라도
그대 피는 칠월은
세상의 모든 삶들 오금 저리게 하는
태풍과 장마 더위와 가뭄
단 한 해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습니다
그 어디 단 한곳도
의지할 수 없는 연약한 몸
태풍에는 산발한 머리카락인양
이리저리 쥐어 뜯기고
가뭄에는 탈수된 몸 마냥
마구 늘어뜨려도
찾아오는 사람 마다 않고
웃음 잃지 않습니다
사랑을 잃고
김 익 택
에로틱한 사랑도 감정이 식으면
네가 울어도 내 가슴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가슴을 적시는 것은
울어도 시원치 않는 슬픔이 북받쳐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굴러가는 낙엽 마음의 쓰라림을
읽을 줄 아는 것도
그 낙엽을 서로 차지하려는
바람의 시샘도
사랑이 남았을 때의 일
믿음을 잃으면 가슴도 잃는 것이다
비 오는 날의 어떤 행복
김 익 택
아가씨 이 우산 쓰고 가세요
놀라지 마세요 저는 괜 찮아요
우산은 돌려주지 않아도 돼요
예쁜 옷 젖으면 안 되잖아요
고맙다는 말 할 사이도 없이
낯선 청년이 건네 준
우산을 받아 들고
당황한 파란 눈의 아가씨는
비속을 사라지는
청년의 등을 멀뚱히 쳐다본다
이봐요 고마워요
그 말 할 수 있어도 못한다
한국 말이 서툴러서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미국에서 생각 할 수 없는
낯선 사람에게 청년의 행동에게
그녀는 좋으면서도 당황했다
노란 우산을 바라보는
금발 머리 아가씨 얼굴에
노란 빗방울이 얼굴에 흘러내린다
빗방울이 하이힐에 얼룩져도
마음이 가볍다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를 남기며
사람들이 지나친다
톡톡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발걸음이 가볍다
내일이면 얼굴도 잊어버릴 그 남자
걸어가는 내내
발음에 앞에 그대 얼굴을 생각하며
사랑으로 환생한 꽃
김 익 택
사람이 살면 새도 살고
사람이 다니면 새도 날아다니는 나라에서
오직 집안에서
오지 않는 한사람을 위해 사는 삶이라면
날아가는 새도 부럽고
땅에 기어 다니는 개미도 부럽지 않았을까
임금을 위하여 살고
임금의 이름으로 살아도
사랑받지 못하면 얽매인 몸
밤마다 꽃을 피우고 향기를 피워도
바로 지척 다른 방을 찾는다는 소식
찾아오지 않는 님은 밤하늘 별
책임지지 못할 행동에 세월은 흘러
마침내 죽어 한송이 꽃이 되기까지
한평생 한이
영원한 사랑의 꽃으로 환생해
뭇 사람들의 사랑받고 산다
능소화의 여름
김 익 택
칠월 더위에 적막이 감도는 정오
너먼 홀로
붉게 피어 하늘을 향해 웃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