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너를 보면 아픔이 보인다
김 익 택
너를 보면 무언가 아쉬운 가슴의 아픔이 보인다
참아서 삼켰던 울음의 소리가 보인다
화려하지 않아 외면당했던
돌아서서 갔지만 한없이 기다렸던 애처로움이 보인다
누가 사랑한다 했던가 누가 기다려라 했던가
그 약속했는지 모르지만
마음은 자유지만 행동할 수 없는 제약의 삶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림뿐
억울함조차 말 할 수 없고 하소연 할 수 없는 운명
그래서 일까
네 붉은 빛은 아름답기 보다 가엾다
능소화의 반항
김 익 택
일방적인 사랑은
사랑 아니라 고통이었음을
옛집 담장에서
한여름의 태양아래 서릿발처럼
꼿꼿하게 피어서
기다림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능소화의 한과 원
김 익 택
은혜의 가면을 덮어쓴
하룻밤 일회용 풋사랑이
억울해 너무 억울해
살아서 하지 못한
한과 원을
죽어서 사랑의 각성제가 되어
가슴 뜨거운 연인에게
참사랑을 새기고 있다
능소화 하나되어 살고 싶은 것은
김 익 택
홀로는 살 수 없어
붙잡고 의지해야 살 수 있고
네 몸이 내 몸같이
얼키설키
하나 되어야 살 수 있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듯
담장을 기어 올라가고
소나무를 기어 올라가
꽃을 피운 모습이
사랑의 모럴 같아
예사롭지 않게 보이지 않는다
능소화의 기도
김 익 택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저가 이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죽은 궁 언저리 담장에
꽃으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
만남도 자유
사랑도 자유
이별도 자유
만인의 꽃으로 피어서
나를 찾아오는 그들에게
권리와 자유 상징하는
붉은 꽃으로
피어나게 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