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에게
김익택
당신 처음 만났을 때
봄날의 매화이었지요
맑은 미소와 언어는 상큼했고
마음의 향기는 신선했지요
당신 여름이 되었을 때
진흙에서 피어난 홍연이였지요
얼굴은 가냘프게 보여도
올곧은 붓같이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우아하고 고고한 정신은
태풍과 장마 무더위를
견딜 만큼 부드러웠지요
당신 가을이 되었을 때
서리에 피는 국화꽃이었어요
아이들의 외로움과 그리움은
시 공간의
자양분이 되어주었고
가족으로 사회적으로는
달콤하고 상큼한 사과같이
인내의 정성 교훈이 되었지요
당신 겨울이 되었을 땐
비록 얼굴은 마른 대추처럼 쪼글쪼글해도
마음은 전설같이
곶감에 피는 겨울 눈꽃이었지요

꼭 잡는 손
김익택
사랑 앞에 두고 하는 말
거짓 없듯
내가 사랑하는 사람
손 꼭 잡고
위로해 준 말
고맙다는 말
지금까지 얼마나 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
그분이 내 손을 꼭 잡고 한 말
무엇이며
내가 그분 손 꼭 잡고
따뜻한 사랑의 한 말 얼마나 했습니까
사랑하는 철없는 아이
두 손
꼭 잡으면 사랑 담긴 말
해 본 적은 있었습니까


산책하는 아내 모습을 보며
김익택
아내와 남편 사이 배려와 존경은
삶의 기본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편안해서 함부로 하게 되고
소홀하게 생각하는 사이
상처가 되고 불신이 쌓이는 것인데
소통을 놓치고 관심이 멀어지다 보면
사과의 말과 사랑한다는 말은
어색해서 못 하고
감사와 고마운 말은 미안해서 못 하고
불신이 쌓이면 연애할 때 존경과 배려는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른다
설렘과 간절함은 있어도 잃어버리고
불쌍하고 미안함만 남았다
아내 하얗게 센머리 주름진 얼굴
꾸부러진 허리와 불편한 몸이
끝없이 양심을 묻는다

싸워야 아는 진실
김익택
생각과 상상이 상식을 벗어나
거침없이 내뱉는 말에
내 심장의 파고가 겨울 산을 넘나든다
아무리 불신이 예의가 없고
화가 앞뒤를 가리지 않지만
선을 넘고 도를 넘는
가시 돋친 말에
다시 보게 되고 다시 보이는 얼굴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그 사람이 맞는 것인가
혼란스러운 정신이 내가 나를 의심케 해
어떤 대처가 옳은 것인지
판단이 오리무중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사실이
소설 속 허구가 아니었음을
예상하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한 나
진심을 어쩌지 못해 하늘을 바라본다

늙음 그 뒤
김익택
당신만큼은 늙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당신 역시 세월이 가만두지 않았구려
팔을 들어 올리는 것도 걸어 다니는 것도
아프고 나니 사랑도 싫고
죽은 엄마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싫다는 말
어머니 말씀
소원은 단 하나 잠자는 듯 죽는 것
그 말 듣고 있는 자식 마음
가슴에 장미꽃이 부서지고
벼락 맞은 소나무가 내 가슴을 검게 타버렸죠
듣지 말아야 할 말 아니지만
울지 않아도 아픔 슬픔 비수였죠
현대의학도 어쩔 수 없는 늙음의 후유증
아픔의 고통은
시간을 앗아가고 기억을 앗아가고
사랑도 앗아갔죠. 추한 몰골만 남긴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