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주왕산 계곡 트렉킹

 

 

 

포항 보경사 계곡 트렉킹 이후

청송 주왕산 계곡 트렉킹이 두 번째다

집 나설 때 나이 일흔 밑자리 평범한 주부가

이십 리 계곡 도보여행할 수 있을까

계곡에 감동하고 바위에 감동하고

단풍에 감동하고 맑은 공기에 감동했을까

제 건강 수준에 맞게 걷는다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

주저앉으면 어쩌나 몸살 나지 않을까

뒤따라가는 내내 눈치를 살핀다

 

건강은 나이에 비례해 내년보다 올해가 났다

이렇게라도 자연 구경하지 않으면 언제 할까

나의 억지 반 자의 반 여행이다

사실은 내 욕심이다

나 혼자 다니기에 눈치가 보여 억지로 끌고 나온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 가깝다는 인식을 하면서

더욱 아까운 것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놓치는 시간이다

 

좋은 말로는

내 다리가 허용할 때 여행을 다녀야겠다는 의지다

경치는 좋았고 아내도 기분이 좋은 눈치다

절에 다녀도 단 한 번 절하지 않던

사람이 두 손을 모아

감사 기도를 하는 걸 보면

이 모두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가을 계곡 단풍

김익택

 

 

저 노랑 은행잎이 가지가 휘어지도록 일렁이는 것은

싫다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것인가

저 붉은 단풍잎이 아기자기 고개를 흔드는 것은

좋다고 웃는 미소인가

 

저 언덕 이 언덕 아래쪽 계곡 위쪽 계곡에 노랑 붉음이 만원이다

바람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은 살면서 수시로 겪는 일이지만

나뭇잎이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 몇 번 있었던가

예쁘지만 슬프고 아름답지만 아쉬움 기억밖에 없다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온 그날처럼 온통 붉은 물결

일제히 단풍이 파도 춤을 추고 있다 바람이 춤을 추고 있다

마음으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어찌 글로 표현 할 수 있을까

그저 허허 웃을 수밖에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고

계곡 전체가 노랑과 붉음이 춤을 추는 걸 보는 건 처음이다

아름다운 형용사를 뛰어넘는 감동은 처음이다

아름다움 뒤에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감정 또한 처음이다

주왕산 협곡의 미학

김익택

 

 

저 바위 부처님 얼굴일까 아니면

자연을 지키는 한국인의 얼굴 모습일까

협곡에 우뚝 서 있는 모습

우람한 모습이 믿음직하다

 

마음속에 보석함이 있듯

저 바위가 품고 있는 뜻 무엇인지 몰라도

저 바위 그 자리를 있는 것만으로

산을 지키는 자연이 되고 계곡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자연에 무지해도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모습은

우러나오는 감동 감격은

옛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전설일지라도

믿고 싶다

 

그의 발 아래

우거진 나무와 숲 깊은 계곡 흐르는 물의 조화는

하루하루 다른 이미지

끝없이 생산하고 순환하는 미학의 현장이다

청송 주왕산

김익택

 

 

저 붉은 단풍잎이 눈물 콧물 짜내는 바람의 진실이었다면

저 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삶의 밥을 짓는 것이지요

저 큰 바위가 소리 없는 억만 급 인내의 증인이라면

천년만년 세월에도 변치 않는 태양의 법칙을 가르치는 위대함 이겠지요

 

저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폭포수가 참고 참았던

서러움을 터지게 하고

저 믿음직한 부처 같은 바위에 자라는 푸른 소나무가

노력이 고독했던 꿈속의 꽃인 양 의로운 것을

 

그대를 보면 알겠습니다

피나는 노력이 이상향의 행복이었고

끝없는 희망의 추구가 사랑이었고 자유가 평화였음은

삶은 죽음으로 끝없이 재생이라는 것을

물에 관한 생각 하나

김익택

 

 

하늘의 태양이 부를 때까지

썩어도 생명수가 되고 썩지 않아도 생명수가 되는 물은

 

뾰족뾰족 모난 것도 둥글둥글 쓰다듬으며 넘어가고

없는 길엔 땅속에 스며드는 물은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땅의 삶들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생명의 덩어리

 

붉은 그릇에 담기면 붉은색이 되고

검은 그릇에 담기면 검은색이 되는

색이 없는 색

사용하는 그릇에 따라 밥이 되고 악이 되고 약이 된다

 

언제 어디서나 삶의 생명

숭고한 사랑이 위대한 희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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