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월을 맞이하면서
김익택
구월이 누가 여름의 연장 아니랄까 봐
그 지긋지긋한 8월 더위가
9월 꼬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삶이 고마워서 고개를 숙이고
삶이 거룩해서 고개 숙이는 것이 아니라
더위 지쳐 고개를 숙이고 있음은
팔월에 기세에 구월이 꺾인 모습
글쎄 팔월이 더 지속되면
산에 푸른 나무들과 들판에 벼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고 싶다




나에게 너는 그런 사람
김익택
눈물 나지 않으면 가슴이 벅차고
즐겁지 않으면 신비하고
그립지 않으면 사랑스러운 사람
나에게 너는 그런 사람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
몸과 마음은 늙어도
오직 늙지 않는 너의 기억
눈앞에 보이지 않아 낡지 않고
마음속에 있어 바래지 않는
불 소통 속에도 시공간에 넘나드는
나에게 너는 그런 사람
그때 그 시절이 미소는
늙은 가슴이 뛰어도 설렘은 아이 가슴
깊은 주름 속에 잔잔한 물결처럼 번진다



몰랐어요
김익택
세상에서 제일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사랑인 줄 알았지만
나비가 꽃을 가리고
벌이 꿀을 가린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모르는 것이 죄 아니지만
모르면 불편함을 넘어
아픔을 줄 수 있다는 사실
그를 알기 전엔 몰랐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을 움직이는 건
소통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소통 이전에
두꺼운 벽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요
노력과 겸손이 덕을 쌓고
발전의 밑거름이 이라는 것 알고 있었지만
나눔과 베풂은
공짜가 아니라는 걸 몰랐지요




그대 아니면 누가 알까요
김익택
또 가을 그대 없는 코스모스 꽃 길엔
낯설지 않은 바람 불어도
그대는 없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고
눈물만 먹먹한 가슴을 촉촉이 적시네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코스모스 꽃길을
그대 아니면 누가 알까요
서러워 서러워도 가버린 지난날은
돌아오지 않고
인사 없이 떠난 길가에 코스모스 향기만
흩날리네요
살면서 배우는 것이 이별이라고
위로해도 그대 없는 코스모스 꽃길은
천번 만번 다짐을 해도
약속 없는 기다림은 조용한 눈물만 짓네요
감출 길 없는 미움은 서러움이 되고
눈물을 흘려도 그대는 모르고
다시 돌아오라 해도 내 서러운 목소리만
그대 없는 빈 꽃길에 붉은 노을이
등을 떠미네요


들어주오 돌아보오
김익택
꽃이 들어도 모르고 바람이 들어도 모르는
숨어 우는 소리를
그대는 아시나요
들어주오 돌아보오
거기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
사랑이 너무 아파 울고 있어요
그대 눈에 비친 아름다운 꽃은
내일이면 눈물범벅
닦아줘야 할 사람은 그대뿐
시 공간을 뛰어넘은 지친 기다림의
차가운 눈물을 보셨나요
꽃이 피어도 울고 향기 피워도 우는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은
바람 불고 눈 내리는 밤
그대 창가에 붉은 동백꽃이
그 사람 마음이라면 외면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