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를 거닐며 01
김익택
저기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
누구나 한 반쯤
왕이 되고 여왕이 되는 꿈
꿈꾸지 않았을까
이 푸른 집 주인공
그들의 파란만장한 생애 발자취
더듬다 보면
꿈은 꿈으로 끝났음이 오히려 위안이 된다

청와대에서 느낌 하나
김익택
사리사욕에 눈먼 권력다툼
오백 년의 왕궁
바로 눈앞에 두고
다시 이념 전쟁 80여 년
한치도 변함없으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자랑스러워야 할 일은
부끄러움밖에 없는데도
여우 같은 간신
늑대 같은 행동에 정신이 없었지요
최고의 명당 그 집에서 일어난 일
개탄스럽고 통탄스러워
할 말은 많으나 할 말이 잃었다
원망과 미움 사이
한숨만 나올 뿐이다
광화문 앞에서
김익택
그 길 위에 처음 사람이 걸어 다니다가
말과 소가 수레를 끌고 다니다가
자동차 달리고 기차기 달리는 그 길은
수천 년
삶이라는 문명과 문화가 잠들어 있고
또 끝없이 진화하는 현장 박물관이다
눈을 똑바로 뜨고 보라
땅을 파 보라
5백 년 조선의 숨결과 5백 년 고려의 심장과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천년 정신과
고조선 오천 년 영혼이 숨을 쉬고 있음을
오천 년이 오늘이 될 때까지
삶이 지키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해도
후손이 알아주는 그날까지
땅이 부둥켜안고 있는 흙으로 다져진 역사
얼과 혼이 하는 삶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사랑의 예의
김익택
평생 알아주기를 바라고 이해해 주기를 바랐지만
평생 나 혼자 알고 이해하고 살았지요
알아요
나의 살이 되고 영혼이 되었던 어머니의 모유도
평생 내 것이 아님을
내 몸을 성장시키고 씻어주던 고향의 냇가 물도
흘러 흘러 바다로 흘러갔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시간보다 늦은 것이 있다면
그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었죠
그래요
먹을 수 없지만 가질 수도 없는 것이
내가 그렇게 갈구했던 사랑이었지만
누구에게는 쉬운 사랑이 될 수 있었음을
하지만 나는 존중해요
내 마음에 오래 머물수록 진한 포도주는
나는 영원히 마시지 못하지만
인연 닿는 누군가는 가벼히 마시겠지요
이미 흘러간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도
마음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랑의 예의였고 존경이었지요


사랑은 현재진행 중
김익택
바이블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
못다 이룬 사랑과 못다 한 사랑
죽음을 맞이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의 이야기가 극적이면 극적일수록
사랑은 죽어도 죽지 않는
신화와 전설 속에서 산다
사랑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같이
들어도 들어도 새로운 것이
또한 사랑 이야기다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영원한 것이 있다면 사랑
사랑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현재 진행중일뿐 단단 한 번도 마침표는 없다
한숨에 무너지는 공상과 상상
김익택
시작은 있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어찌 생각뿐이던가
상상과 공상이 제한이 있고 한계가 있었던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무한대의 우주같이
내 작은 마음에 꿈은 있으나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다
그곳은 어떤 곳이며 어떤 삶들이 있는지
질문은 있으나 답이 없고 궁금증은 있으나 알지 못한다
날마다 떠나는 그곳은 마음은 다다를 수 있으나
현실은 생각을 뛰어넘지 못하고
계획은 있으나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고 떠나는 시간 여행은
밤마다 집을 짓고 한숨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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