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하는 모순

김익택

 

 

예의를 존중하면서

예의를 존중하지 않고

나의 아픔을 알면서

남의 아픔을 생각하지 않고

죽음을 싫어하면서

죽음을 사랑하는 운명이라면

 

그의 기분은 어떨까

 

미학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향기가 고혹적이면 고혹적일수록

더 좋아하고 더 사랑하는

삶들에게

축복이 되고 행복이 될지라도

그에게 죽음을 부르는 운명이라면

 

그는 얼마나 슬플까

 

수국꽃의 고마움

김익택

 

 

물 따라 길 따라 주렁주렁 핀

수국꽃 길을 걸어가는 동안

천상 아니면 다시없는 없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에의를 갖춘 자식 낳고

지혜를 가진 부모지만

싫고 좋음은

남다르지 않다

 

하지만 너는

예외가 아니라 다르다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복스럽고

코로 스미는 향기는

적잖은 싫음이

외면하고 싶지만

예쁨에 미치지 않는다

 

비 내리고 후덥지근한 더운 여름

기쁨 주는 꽃이

너 아니면 또 있었던가

그 생각하면 고마움이 두 배다

 

 
 

아내와 수국꽃

김익택

 

 

한 발짝 옮겨도 땀이 흐르는 더위마다 않고

탐스럽게 핀 수국을 바라보는

아내의 눈길이 수국꽃보다 아름답다

 

고맙다 수고했다

 

너를 볼 수 있어서 너 아니면 어디서

너를 만날 수 있었을까

너는 말하지 못해도 내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꽃에 관한 생각

김익택

 

 

세상에 죽음을 좋아하는 삶이 있을까

꽃나무는 감정이 없을까

꽃나무는 아픔은 없을까

 

아름답다는 이유로

좋아한다는 이유로

젊고 싱싱할 때

너를 위해

삶을 마감해야 하는 운명이라면

슬퍼하는 것이 당연한 일

 

하지만 그 선물을 받는 사람도

꽃이 아름답고 싱싱할수록

덯 아하는 것은 당연한 법

죽음을 기념하는 그 앞에도

최고의 선물

 

꽃의 고마움을 잊을지 몰라도

꽃의 죽음에 대한 예의는

의심도 없고 의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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