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의 서정
김 익 택
오곡이 누렇게 익어가고
산에 단풍이 붉게 물들면
무더운 여름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
가을 나들이하는데
관심 없으면 피지 않아도 그만
그대 무슨 책임 의무 있어
회피가 죄인 듯
애써 찬 이슬 맞으며 피고 있는가
구월의 아침
김 익 택
긁고 긁어도
시원치 않는
간지러운 무좀같이
어제까지
무덥던 날씨
찬물 한 바가지에
정신차리는
사내같이
구월 아침
하늘이
맑은 정신같이
청명하다
맥문동 그대는
김 익 택
상상속에 피는 꽃이
그대를 닮았더냐
뱀도 다니고 노루도 다니고
개미도 다니는 숲에서
환상의 색 보라로 피어서
반기는 걸 보면
태양밖에 없고 더위밖에 없는
습한 곳에서
잡초같이 자라서
환상을 심고
꿈을 심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대는
천상에서 온갖 영광 즐기다
쫓겨난 천사 아이 아니든가
구월 밤이 오면
김 익 택
호젓한 달밤
들녘에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곤충들의 소리와
초가 지붕에 하얀 박꽃과
평상 위에 빨간 고추
추억은 많아도
잊혀져 가는 풍경들
곱게 물들다 쭈그러지는 대추마냥
추억이 아쉬운 사람들은
매양 오는 가을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가버린 추억이 그리운 것이다
달 밝은 밤
이슬 내린 풀 섶에서
귀뚜라미 울고 여치 울던
그날 그때처럼
함께 웃고 놀던 친구들과
그때
그날같이
진창 한번 놀아 봤으면
오는 가을에 피는 백일홍은
김 익 택
네가 피고 지는
석달 열흘
그 마지막 찬란한 붉음도
오는 가을 앞에는
거추장스러운 꽃
오래 피는 것이 자랑 아닌가 보다
피어도 관심 없고
져도 관심 없는 것 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김 익 택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행위는
말보다 배려가 먼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생각은
멀리 있어도
마음속에 있고
가까이 있어도 그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움은
우정보다 먼저이고
효심보다 지극합니다
소년의 사랑 법
김 익 택
따뜻하고 포근한
너의 가슴에 내가
하나의 박하 사탕이 되기를
나의 작은 희망이
너의 맘을 열 것이라 생각하며
너 몰래 사랑의 문을 두드린
세월 10년
나의 바람이
나만을 위한 행복이 아니 되기를
숨을 죽인 진실이 헛되지 않기를
사랑한다
그 말 조차
너에게 실례가 될까
홀로 참았던
아픔이 길어져
슬픈 추억이 아팠다
나한테 얘기 해줄래
김 익 택
꽃을 피워도 몰라주고
향기를 퍼뜨려도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잡초 속의 꽃같이
사계절은 가고
그래도 들꽃은 외롭게 싸워 외롭게 핀
수 십 년
귀 없어도 들을 수 있고
입 없어도 말 할 수 있는
바람꽃이 되기를
소나기 쏟아지는 밤 지나고
별 쏟아지는 밤
홀로
내 입이 내 귀에게 묻는다
<배롱나무의 전설1>
옛날 어느 어촌에 목이 세개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매년 처녀 한 명씩을 제물로 받아 갔다.
그 해에 한 장사가 나타나서 제물로 선정된 처녀대신 그녀의 옷을 갈아 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
이무기가 나타나자 칼로 이무기의 목 두개를 베었다.
처녀는 기뻐하며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 죽을때까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하자
"아직은 이르오..아직 이무기의 남아 있는 목 하나 마저 더 베어야 하오.
내가 성공하면 흰 깃발을 달고, 내가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 것이니 그리 아시오."
처녀는 백일간 기도를 드렸다.
백일후 멀리 배가 오는것을 보니 붉은 깃발이 걸려 오는것을 보고 그만 자결하고 말았다.
장사는 이무기가 죽을때 뿜은 붉은 피가 깃발에 묻은줄 몰랐던 것입니다.
그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 났는데
그 꽃이 백일간 기도를 들인 정성의 꽃, 백일홍이다.
나무의 결을보면 껍질이 없는 상태로 매끈하여 나신을 연상한다 해서 여염집 마당에 기르지않았다 합니다.
꽃과 나무는 모두 약재로 사용한다 하니 귀한 나무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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