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꽃에게 던지는 질문
김 익 택
하얀 마음에 자주색이 물들면
아픔의 사랑일까
붉은 마음에 하얀색이 물들면
환희의 그리움일까
요묘조묘 뜯어봐도 알 수 없는
여인의 속마음 같은데
자목련 너를 보고 있으면
화려하지 않는데 아름다움이 있고
단순한 것 같은데 깊은 멋이 있어
고요하고 차분한 미가 던져주는
정과 사랑을 설명할 수 없다
목련 너의 깊이는
김 익 택
세상의 어떤 진득함이 믿음이 너만 할까
말하지 않고 묻지 않아도
고와서 설레고 짙어서 심오한 여인의 속내같이
저 깊은 자주 빛은
너무 슬퍼서 주저 앉은 울음의 카타르시스
저 깊은 하얀 빛은
끓일수록 우러나오는 깊은 맛
새 하얀 국물의 곰탕
찬란한 아름다운 사랑보다
더 오래 회자되는 우정같이
세상의 어는 순정의 빛이 너만큼 미더울까
지금 어디선가
김 익 택
지금 어디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사람
나를 증오하는 사람
삶을 얘기하고
죽음을 얘기하는 사람 있어
밤마다 뒤숭숭한 꿈자리
암시 선견
에둘러 사면으로 받아드리며
내가 나를 위로하는 깊은 밤
지금까지 나
삶을 영위함에 있어
고난
시련
내가 모르고 저지른
흠모
질투 시기
허락 받지 못한 짝사랑
나는 이렇게 변명 아닌 해명을 한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처 알지 못하고
저지른 행위 체험 경험
통제하지 못한 통과 의례였다고
그 범위를 뛰어 넘는 의도적인 것들
생각은 많았지만 참은 행위는
도의 예의사회규범을 지킨 절재
야심을 버린 양심이었다고
그러므로
억지 고찰할 필요 없다는 생각
용서가 아닌 이해를 해달라고
배려 없을지도 몰라도
예의 절의는 있었다고
양심을 걸어 말할 수 있다고
지금 어디선가 나를
가엾이 여기는 사람
오해
불식시키는 밤이 되기를
너도 나도 불면의 밤이 되지 않기를
그대에게 말한다
내게 시 쓰기는
김 익 택
조심조심
신중에 신중
어렵게 어렵게
첫사랑 그에게
처음 쓰는 편지같이
양심과 진심이
욕심이 되고
근심이 되지 않게
정성과 혼신의 힘으로 쓰는 글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도 고치기를 수 십번
그래도 마음에 차지 않아
지우고 다시 쓰고
그래서 마침내 완성되는
글
나를 위로하는 시간
김 익 택
생각이 우울한 날은
푸른 바다를 생각하고
높은 산을 생각하자
그래서
더 넓은 가슴이 열고
더 높은 이상을 심어
장엄한 대 자연의 속의
작은 나를 돌아보자
그래서
속절없는 좁은 생각
나만의 우물 안에 갇혀 파닥거렸던
옹졸했던 나를
밖으로 끄집어 내어
축축하게 젖은 마음
바람도 쐬고 말려도 보자
그래서
작은 것에 감동하고
작은 것을 귀히 여기는
스스로 내가 되어 보자
가는 봄에게
김 익 택
봄은 늘 그렇게
소식없이 피었다 지는
목련으로 왔다가
목젖이 닿도록
슬피 우는
뻐꾸기 울음 따라 간다
나에게 봄은
겨울껍데기
깊은 장롱속으로 들어가고
보내는 맘
추스르기 전에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지혜의 근본은 순수
김 익 택
화려한 대공원
부유한 대저택
나보란 듯이 피는 꽃 보다
깊은 산속 홀로 피는 꽃이
더 맑고 더 진하고 더 향기로운 것은
삶의 질곡이 많아서가 아니라 순수함 때문입니다
내 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순수는
드러나지 않는 다하여 사라지는 것 아니고
남이 모르는 것 아닙니다
문밖을 나간 아이
몰래 지켜보는 어미 마음과 같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누군가 내려다보고
화장실에서 누군가 소리를 듣고 있듯
내 안의 지혜
나만 아는 것 아닙니다
대화 속에서 저도 몰래 나오고
일하는 과장에서 저도 몰래 나타납니다
그 이유
지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맑고 밝고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마음 (자목련에게)
김 익 택
심성이 착하고 아름다운
그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대가
세상에 온갖 못된 짓을 했다 해도
나는 믿지 못할 것입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지은 죄 사실이라 해도
그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당연한 정당방위
그것 아니라 해도
그대
지은 죄 모두
따뜻하게 포용하는
간절한 심경 변함없었습니다
그래도 내 맘 모자라
그대 모든 죄 내가
대신할 것이라는 생각 밖에 없었을 겁니다
아름다움 보관법
김 익 택
한번 떨어지는 꽃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 갈 수 없듯이
오늘 하루는 내일 하루 아닙니다
그러므로 떨어지는 꽃은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흐르는 물 같이
넓은 땅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아름답다고 내 곁에 꺾어 둔 들
하루 지나면
어제같이 싱싱한 꽃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상처 나지 않고 때묻지 않게
마음에 담아 두는 것입니다
아쉬우면 아쉬운 만큼
잊어지지 않게
잊어져도 잃어버리지 않게
이다음 문득 생각날 때
새것으로 만날 수 있는
마음 한쪽 비워 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