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장독
김 익 택
푸른 녹음 짙기 전에
답답하다고
장독 숨소리가 가쁜 날
하얀 목련이 장독에 꽃잎을 떨군다
앉아 있어도 훤히 하는
장 익어가는 사정을 훤히 아는 마님
날씨가 좋다며 장 뚜껑을 열고
새끼 손가락으로 꾹 찍어 장 맛을 본다
지켜보고 있던 하얀 목련 툭 꽃잎을 떨군다
그 집 목련
김 익 택
공상이 설계를 하고
상상이 인테리어를 하는 집에 살아도
불만스러운 것은
꿈이 현실보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 집 목련은
내 집 아니고 네 집 이어도 살고 싶은 것은
내 어머니 정갈한 손길같이
독마다 고추장 간장 된장이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리라
햇살이 맑은 날은 목련꽃이
꽃 향기가 좋은 날은 바람이
어머니 손길이 되어 숨을 고른다
자목련의 연가
김 익 택
친정나들이 가는
새아씨 발걸음에 따라붙는
치마폭 그림같이
한걸음 두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였다 숨었다 하는 속치마같이
은은한 멋이
저처럼 고혹적일까
바람 불면 송이송이
겹치는 풍경이
외로움과 그리움같아
괜히 가슴이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