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의 의무

김 익 택

 

 

의리를 모르고

배신이 무엇인지 몰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압니다

걸어가는 바람 속에 누군가

주인 재산을 탐하는 소리 들려오면

나는 바람꼬리를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삶이 어떤 것인지

진리가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내가 섬겨야 할 사람 압니다

설령 그 사람이

저 세상에서 나를 부른다고 해도

나는 단숨에 달려가서 반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세상에 전할 말 있다 하면

내 목소리 허공에 메아리가 되고

미친 개 소리를 들을지라도 나는 짖고 짖을 겁니다

잔 별이 빛나는 깊은 밤에

발도 없고 손도 없는

어느 혼령이

주인 몰래 집으로 들어와

방문 앞을 기웃거린다면 나는

지체 없이

어둠을 흔들고 바람을 흔들어 주인을 깨울 것입니다

비록 똥을 먹고 비루를 먹어 몰골이 처참해도

빵을 주고 달래는 도둑 앞에서 비굴하지 않고

몽둥이를 들고 설쳐대는 깡패가 들어와도 결코

도망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행여

주인에게 버림을 받고 죽임을 받더라도

나는 주인 향한 믿음 변치 않을 것입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김 익 택

 

 

뛰는 것이 아름답다

아니

걷는 것이 더 아름답지

 

맛있는 음식 줄이고

찐 살을 뺀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오래 살려는 발버둥이지

 

이것 다

하루 끼니를 굶고 사는 사람에게는

사치의 극치이지

나만의 글 하나

 

김 익 택

'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퍼뜩 떠오르는

찰나의 강렬한 느낌

그것 하나 잡고

앞 뒤 제지 말고 풀어 나가자

 

머리 속에 윙윙대는

낱말 먼지

귀에 들리는

각종 마찰음을 솎고 솎아서

소리도 아름다운

옥 피리 소리 한번 엮어보자

 

낙엽 배를 타고 바람의 노를 저어며

파란 하늘 그 어디

숨어 있는

성경같은 언어로

나만의 소리 글 하나 만들어 보자

헷갈림의 교훈

김 익 택

 

 

개꿈

개떡

개머루

개살구

개죽음

개옷나무

모두

진짜가 아니다

진짜가 아닌 것은

어리석게 속지 말고

헛되게 살지 말라는 뜻일 게다

 

벼와 피

곰피와 다시마

두루미와 왜가리

전나무와 구상나무

초피나무와 산초나무

눈 뜨고 봐도 구분이 어려운 것은

세상의 순리 새겨듣고 새겨보고

확실히 아는 것 아니면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진리 일 게다

 

세상에는

이와 같이

진짜 같은 가짜가 넘쳐나는 것

그들에게

감안이설 속지 말라는 충고 일 게다

헷갈리는 이유

배우고 익히고

아는 것도 묻고 또 묻고

돌 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충고 일 게다

 

 

 

 

 

햇살이 여문 아침 산책 풍경

김 익 택

 

 

장독 달이는 아침

햇살을 뒤로 하고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풀들은 이슬을 떨구었고 새들이 풀숲을 뚫고 날아갔다

푸른 소나무 바늘 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숲속을 헤집었다

키 작은 풀과 나무들은 하느님을 맞이하는 듯 한결같이 웃고 있었다

계곡의 물은 바람에 얼굴을 씻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기가 어쭙잖은 사람들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다람쥐는 눈치를 살피며 참나무 가지 위로 뜀틀을 타고 있었고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안개가 부끄러운 듯

나무 숲 사이로 숨어들고 있었다

풀잎에 잠자든 잠자리와 나비가 어깨에 이슬을 털고 있었다

꽃이 기지개를 펴려고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게으름 피우는 삶들을 께우듯 강하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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