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 느티나무
김 익 택
꼭 안아줘야 포옹인가요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면
포옹 아닐까요
저 느티나무는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단 한번도 붙잡지 않습니다
선택은 자유
바람과 그늘을 공유할 뿐입니다
그 그늘에서
아이는 놀다 가고
노인은 쉬어 가고
나무 가지엔 새들이 집을 짓고
곤충들이 잎을 갉아먹고 살고
매미와 풍뎅이들은
수액을 빨아먹고 살지요
그래도 느티나무는
몇백년을 한결같이
삶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기를
단한번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유월 숲 속을 거닐며
김 익 택
팔팔한 나뭇잎들
하늘이 비좁다며 아우성치는 유월
그 하늘 보이지 않는 숲 속은
밥 달라 조르는 새 새끼들 소리들이 날카롭다
그들과 아무 관련 없는 내가
왈가불가 할 일 아니지만
남의 일같이 평생 입다물고 있을 일 또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
느낌 그대로의 관찰자
내마음의 사상 하나를
자연품에 살짝 얹혀 놓은 것이지
초록잎의 현실감각
김 익 택
꽃잎 떨구고 떠난 자리
초록 잎에 햇살이 웃는다
내년 아니면
볼 수 없는 기억 저편 얘기는
알아도 실감나지 않는 희망고문 같은 것
바람은 그냥 바람
진실은 허무맹랑 한 말
기대하지 말라는 듯
초록 잎이 고개를 젖는다
들풀이 외치다
김 익 택
하지로 달려가는 태양이 거침없다
바람이 방해하려고 구름의 힘을 빌려도
습도와 열기까지 멈추지 못한다
나뭇잎은 주눅이 들었고 풀잎은 고개를 숙였다
소리 없는 생명들이 밤하늘 별을 보고
기우제 편지를 썼다
생명의 존엄성을 두고 장난하지 않는 법
아우성을 없다 하여 저항하지 아님을 알아 달라
하늘이 있어 태양이 있고 태양이 있어 땅이 있고
그리하여 이 땅에 사는 삶들
아무리 작은 미물일지라도 생명은 귀중함을
간과하지 말아 달라는 침묵의 외침이 깊다
부디
아 그 옛 사랑은
김 익 택
형체가 없어 보이지 않고
실물이 없어 정신도 없다
하지만
너에게도 나에게도 있다
좋으면 아름답고
싫으면 우울하다
네가 주면 배가되고
내가 받으면 감사하다
포용 수용 용해 융용
연구하고 노력하면 극대화가 되어
이롭고 행복한 삶의 활력이 된다
아니 벌써
김익 택
눈 뜬 장님같이
봄은 가고
초여름
할 수 있는 일
하지 못해
마음의 빗으로 남겨두고
시간은
답도 없는 숙제를 남겨두고
바람 속으로 달려갔다
내안의 욕심
김 익 택
돈 내놔라
네 몸도
네 마음도 내 놔라
보이 쪽쪽 발라 먹는
내 안의 허영
견물생심도 모자라
파란하늘 바라보며
때를 쓴다
언제 어디서나
가질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달라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채워달라고
하늘을 향해
억지를 부린다
내가 좋아서
김 익 택
내가 좋아서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버스킹처럼
내가 좋아서
길 떠나는 보헤미안 무전여행처럼
내가 좋아서
자원 봉사하는 행복 바이러스처럼
저 벚나무
이른 봄 온 몸 불살라
꽃 피우는 건 잠깐
자유 만끽하며 돌아다니는 삶들을
그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방안이 답답해
창 밖을 바라보는 풍경
잎 푸른 벚나무
살랑살랑 흔드는 잎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도 나 보고 무언가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겠다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는 것 밖에
소리쳐 봐
김 익 택
재미 있고
신나면
소리쳐 봐
웃어 봐
배가 아플 때까지
눈물이 날 때까지
반갑고 즐겁고
행복하면
소리쳐 봐
웃어 봐
내 안의
아픔 외로움 괴로움 서러움
완전히 가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