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잎은

 

김 익 택

 

 

땅에 떨어져야 할 시간

몇 일을 앞두고

삶에 애달팠던

저 언덕의 노란 은행잎을

자욱한 안개가

늙은 노모 목욕을 시켜주듯

다독거려 주고 있다

지난 여름

태풍과 폭우 가뭄과 더위

온갖 곤충들의 수난을 모르는

눈 가진 사람들은

겉 모습만 보고

아름답다 예쁘다 곱다

감탄사 연발이다

이별이 아름답게 하기까지

노란 은행잎은

그 비밀을 침묵해도 느낄 수 있는

빛으로 전하고

가벼운 바람에 손 흔드는

해맑은 미소가 전하고 있다

저 낙엽

 

김 익 택

 

 

 

 

정성이 있어야 알고

이해가 있어야 소통할 수 있는

지난 삶의 흔적들

갈바람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산다는 게

누구에게나 고통은 있는 법

해탈하는 것이

죽음의 이치 아니라면

저 낙엽의 마지막 모습

아름답기 보다 아프다

자연은 낙엽에게

 

김 익 택

 

 

 

 

정든 곳 떠나기 싫고.

삶의 존재를 잃는

아쉬움은

낙엽도 다르지 않는가 보다

저렇게 온몸이

노랗게 물들도록

나무에 매달리고 있는 것 보면

뒤 돌아보면

지난 여름은

지독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삶의 실험장이었고 혹독한 인내의 현장이었다

자연은 이제

그 삶을 내려 놓아라 한다

홀가분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라 한다

 

가을 낙엽 하나

김 익 택

 

 

 

 

바람이 낙엽의 영혼을 부르는 날

 

낙엽 한 잎

주인 없는

거미줄에 걸려 있다

 

떠남도 기다림도

목적지가 없어도

내 스스로가 아니면

불편한 진실이 되는 것일까

그 풍경 보고 있는 내가

가엾다

 

영혼이 아무리 가벼워도

행적은 무거운 법

버리고 떠난 은신처는

원망 없고 바람 없어도

저렇게 희생 아닌 희생으로 남아

삶의 의문 하나 화두로 남겨둔다

 

문득 가을

 

김 익 택

 

 

 

 

 

언제는 빨리 오라고

비가 재촉하고

바람이 재촉하고

태양이 재촉하더니

이제는 빨리 가라고

이슬이 재촉하고

서리가 재촉하고

추위가 재촉하고 있다

이렇게

협심하는

가을 앞에

나무 잎은

순응 있어도 반항은 없다

기억의 조각들을

내려 놓고

삶의 퍼즐 조각 맞춤은

내년 봄을 기다릴 수밖에

가을이 오는 길목

 

김 익 택

 

당신 오시는 날은

안개가 이슬이 되고 이슬이 비가 되어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나면

들판에 황금 산에는 단풍이 드네요

아 또 있네요

제비가 떠난 텅 빈 들판에 무서리가 내리면

기러기가 날아오네요

내가 나를 잊어도

내 몸에 피 돌기는 끊임없듯

그 자리에 눈발이 흩날리겠지요

아름다움과 감사

아쉬움과 쓸쓸함

당신의 떠난 빈자리에 삶의 교훈은

그 자리에 남은 사람들에게

삶의 방식과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해

다음 해 또 당신을 맞이하게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저 단풍은

 

김 익 택

 

 

 

 

연두 빛 풀잎 속에

순수의 꿈이 있다면

붉은 잎 속에도

아쉬운 꿈이 담겨져 있지

길을 걸어도

잠을 자도

심장은 멈추지 않듯

내가 살고 있는 땅 멈춤은

휴식이 아니라 삶의 시작이지

그러므로

내가 너의 그리움을 잊는다는 것은

묵시적인 순간일 뿐

내 가슴에 불씨가 꺼진 것이 아니지

시간이 지나면 언제 어디서나

불쑥 생각나는 불청객

영원한 단골 손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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