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 보라꽃의 아름다운 시위
김 익 택
더위에 목말라 땅의 입술이 부르트는
삼복 가뭄
보라
나를 보라는 듯
맥문동 보라꽃이 환영처럼 아름답다
작은 것이 큰 것이 되는 것은
살려는 몸부림은 희망의 씨앗이라고
위로와 격려가 하나되어
맥문동이 보라꽃이 티켓을 들고
소나무 그늘아래에서 일제히
소리 없는 항의를 하고 있다
맥문동의 독립성
김 익 택
바람이 단 한번도 맥문동을 떠나지 않았다며
태양에게 소유권 이전을 해 달라 했다
태양이 나는 관심 없으니 비에게 물어보라 한다
맥문동 주인은 태양도 바람도 비도 아닌
흙이라고 있다며 땅이 주장했다
여태껏 입다물고 있던 맥문동이 입을 열었다
나는 나일 뿐
남의 주권을 제사상 젯밥에 관심 끊어라 했다
맥문동 만남의 시작은
김 익 택
가만 있어도 담방울이 흐르는 땡볕에
사연도 없고 연고가 없어도
찾아오고 찾아가는 것은
내 의지 보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믿음 반 의심 반이 사실이었다
거기서 시작된 인연은 여름의 불치병
짝사랑 아닌
나도 모르게 동조를 넘어
믿음이 헛되지 않음을 주장하는
술 권하는 주동자가 되었다
보라 빛 대 합창
김 익 택
나에게 너의 첫 인상은
귀함보다 소중함
아름다움보다 신비함이다
일년 내내
그늘진 사회에 산다는 것은
죽음 아닌가
그것도 땅이 타 들어가는 더위에
남다른 빛을 머금다는 것은
수수께끼
바람에도 지탱할 수 없는
뼈 없는 몸으로
소나무 그늘에 펼쳐 놓은
보라 빛은
노예들의 합창보다 희망적이다
보라 맥문동이 하는 말
김 익 택
살아 있다는 건 좋은 거야
살아 있으니까
나쁜 것도 보고
싫은 소리도 듣고
시궁창 냄새도 맡고
항의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저 꽃이 하는 얘기 들어 봐
오늘 목이 꺾일지라도
불평불만 하지 않는 이유를
삶이란
느낄 수 있다는 것이야
비록 한순간일지라도
언제나 꿈꾸는 언어
김 익 택
입안에 톡 터지는 포도 속살같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찌릿한 소주같이
혀끝을 물고 늘어지는 달콤한 꿀맛같이
재치기를 유발하는 얼얼한 고추냉이같이
코끝을 유혹하는 은은한 매향같이
가지각색 다양한 삶의 정신을 담는
그런 구수한 시어와 친구가 되었으면
맥문동 보라 빛 신비
김 익 택
바람 불면 간들간들
비가 오면 흔들흔들
벌이 앉으면
목이 꺾일까
나비가 앉으면
허리가 부러질까
뿌리는 있어도 뼈가 없어
연약한데
초록 풀에서 나온 색이
참 곱기도 해
보고도 믿어지지 않아
눈 맞춤을 해 본다
소나무 숲속 맥문동과 연인
김 익 택
아롱아롱 피는 열기속으로
걸어가는 여인
라틴 버킷 햇의
파란 리본이 돋보인다
저 멀리
파란 하늘 하얀 구름아래
푸른 솔이 잠들은 듯
고요한 곳
열기속을 걸어가는 모습
천사 같다
눈 비비고 봐도
신비로운 보라
솔밭속에 펼쳐진
환상의 풍경이다
숙녀는 더위를 잊었는가
보라 꽃과 하나되기 위해
갖은 미소
갖은 포즈 다하여
사진을 담는 모습
사뭇 진지하다
맥문동 희망 메시지
김 익 택
더위 피해 소나무 아래
오롯이 피어 있는 너
삶 그 이야기는
더위속에 숨겨두고
사랑 그 이야기는
냉정한 심장에서
피는 꽃으로 알리고 싶었던가
더워서 못살겠다
뭇 사람들 짜증 폭발 얼굴들이
너를 보자 마자
손자 손녀 재롱보는 듯
깊은 주름살에 꽃이 핀다
설명할 필요 없는
삶이 희망인 이유
견뎌야 보여줄 수 있는
생명의 환희를
네 연약한 풀꽃이 보여주고 있다
맥문동 앞에서
김 익 택
쉿 조용히
저 꽃도 질투가 있다고
서둘러 자리를 뜨는 건
네 마음이지만
관심 받고 싶은 건
삶의 자연의 섭리야
못났다고 제외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바람으로 알고
느낌으로 알지
그러니까
꼭 하고 싶다면 좋은 말만 해
유행가 가사에도 있지
떠날 때는 말없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