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인도부부의 봄 나들이

김 익 택

 

 

검은 피부 뚜렷한 이목고비

슬픔은 있어도 악의는 없는

서글서글한 크다란 검은 눈

잘 살기위해 찾아온

기회의 땅

한국의 봄은

그들에게도 화려하고 향기로웠을까

꽃속에서 꽃이 되기 위해

엄마도 아이도 머리에 화환을 둘렸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모두 낯선 사람들

바라보는 눈이

두렵기도 하고 외롭기도 할텐데

가진 것은 미소뿐인가

마주치는 사람마다

만국의 언어 눈 인사를 보내고 있다

 

 

 

환경 경고

 

김 익 택

 

춘 삼월 지나고 사월

느닷없이 함박눈이 내리는 것은 누구의 탓입니까

살며시 고개를 내민 연 초록 잎새가 얼어 죽고

제철에 나온 개구리는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합니다

하루 아침에 삶의 기로에 선 생물들

누구에게 삶의 길을 물어야 할까요

종의 기원 수천 년, 아니 수십만 년을 살아온 생명들이

단 하루 만에 사라질 수도 있음을······

새로운 신종바이러스가 한 순간 모두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음을······

달라진 환경으로 미생물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은

인간의 몸 한쪽 일부분 신경조직하나가

사라지는 것

그들이 없는 삶 인간 역시 예외 일수는 없습니다

후손들에게 병든 신경세포조직을

물려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당신도 예외일 수 없없습니다

계절이 계절을 잃는 것은 이 땅에 살던 종도 사라지는 것

우리들의 후손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위기를 맞는 것과 같습니다

비 오는 날 밤의 도시

김 익 택

 

 

비 오는 날 밤

도시의 거리는 보석이 된다

차량 전조등에 물들은 아스팔트는 흑진주가 되고

네온에 물들은 보도블록은 에메랄드가 되고

비취가 되고 황금이 된다

 

빌딩 유리창에 찌든 먼지는 안료가 되고

빗방울은 붓이 되어 무아지경 그림을 그린다

 

흥건히 젖은 도로

무수한 사람들이 사연을 두고 떠난 그 자리

불빛은 또 다른 그림을 수놓고

그들이 밟고 간 담배 꽁초와 비닐 과자봉지에

빛은 양심의 빛이 운다

 

어느 한 곳 일정하지 않는 무질서한 길 바닥

불빛은 깨끗하게 정돈된 사물보다 더 아름답게

비가 전하는 어둠이 하는 말

바람이 하는 말 도시의 밤 거리는

사람의 어둠을 숨김없이 비춘다

버섯의 포자

김 익 택

 

 

고요한 밤에 보름달이 뜨면

유령처럼 머리를 풀고

홀로 떠나는 여행

 

흙 냄새 따라 흐르다가

검은 나뭇가지에 걸리고

절벽에 떨어지고

이슬에 걸려 머무는 곳

그 곳

발붙여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더라도

어둠이 가고 나면

달이 차듯 사랑이 여문 날 올 때까지

몇 해를 기다리고 몇 해를 더 살지 모르는

깊은 수렁 같은 삶,

마침내 싹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으면

기억 속 그리움이 환장할 때

씨 톨 하나는 다시

바람의 어깨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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