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사람들

김 익 택

 

 

새봄은 여인에서 옷에서 오는 것이 아니네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마음에서 꽃이 피고

근육에서 새싹이 돋는다

 

봄속으로 걸어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봄꽃을 쫓는 나비같이

그들의 대화는 벚꽃처럼 밝고

그들의 웃음소리 봄빛같이 곱다

바위 믿음

김 익 택

 

 

그의 표정 하루에 몇 번

태양의 그림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미소뿐

천년 세월 변함없다

 

단단했던 그의 몸

오랜 세파에

닳고 삭아 푸석하게 부은 모습

인생사 아픔 보듯 마음 편치 않다

 

그를 찾는 사람들은

오체투지 마다 않고

손바닥 지문이 닿도록 빌고 또 빌고

무릎과 팔꿈치에 굳은 살이 베도록 절을 한다

 

억겁 세월 흘러가고

인간의 삶 모두 흙이 아닌 다음에야

인간을 향한 그의 미소는 변치 않을 터

 

바람 멎고 비 거치고

어둠 가고 새벽 오면

찾는 사람들마다 존경받는 귀하신 몸

 

다문 입 천 년 넘어도

누구 한 사람

무심하다 말하지 않는다

 

차갑게 돌아서는

겨울 저녁처럼

그대의 진리 얻지 못해도

마음 어디 둘 곳 없는

무지의 사람들은

 

올 때는

돌보다 무거운 근심걱정 들고 와서

갈 때는

천 년을 두어도 썩지 않는

믿음 하나 얻어간다

 

 

산이 길을 막을 때

 

김 익 택

 

아마도 시간은 푸른 것을 좋아하나 보다

 

전쟁 화마와 땔감으로 민둥산이었던 산

사람 발자국 뚝 끊자

다시는 길이 없다고 다시는 오지 말라고

수풀이 길을 막고 산이 시간을 막았다

 

세월이 그냥 혼자 간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오지 않는 동안

세월은 시간을 묶고 시간은 바람을 묶어

나무를 키운 것이다

 

사람이 오지 않는 동안 시간은

미래를 추월할 수 없는 아픔을 묶고

산을 더욱 푸르게 만들었고

계곡 물소리 더 깊게 만든 것이다

 

우리는 늘 죽음을 먹고 산다

김 익 택

 

 

새순 돋는 곳에는 썩은 낙엽이 있고

싱싱한 나무 옆에 죽은 나무도 있다

 

햇살 터지는 아침 내일 향한 발걸음이 듯

어두운 밤은 낮의 삶을 품어주는 길잡이다

 

하루 24시간은 누구나 삶은 인내시험장

아픔 진 자리를 메우는 힘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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