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 뒤의 삶을 생각하다
김익택
잘 먹고 잘 싸는 것은 모든 동물의 자연스런 생리현상
나의 삶의 방식이
타인에게는 삶의 부정일 수도 있으니
나 오늘 문득 허공에서 몸 고정시키고
땅을 바라보고 있는 매를 보고 생각한다
독수리는 삼킨 꿩 뼈다귀를 게워 내야 잘 먹는 것이고
초식동물은 되새김질 잘해야 잘 먹는 것이다
토악질은 살기 위한 자구책의 억지행위
삶의 의미는 고정관념을 부정하는 것
내 생각 내 욕심만 고집한다면
나에게 이로운 것일지라도 타인에게
지독한 냄새 토악질 오물이 될 수 있음을
나는 허공에서 나를 하나 배운다
집념 뒤에 일어나는 삶의 의미를
생각 없는 하루
김익택
멍청하게 보낸 시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뇌리 속에서 길을 찾지만
멈춘 시계처럼 생각은 길을 잃고 서 있다
목줄을 끊을 듯한
차량소리는
바싹 마른 도시 빌딩 외벽에 부딪혀 파열되고
끝없이 들려오는 이명소리가
무언가 재촉하는데
머리가 텅 비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무언가 아쉬워서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생각이 문이 닫아
몸도 마음도 움직일 수 없다
돼지는 죽어서도 웃는다
김익택
살아서는 죽자 살자
먹어 되 더니
죽어서는 맛있게 먹으라고
빙그레 웃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삶의 의문이
김익택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밤 낮이 바뀌어도
평생 호흡하는 허파
평생 펌프질하는 심장
왜 휴식이 없지
휴식의 끝은
탄생이고
휴식의 시작은
죽음일까
내가 잠자는 사이에
태어나는 아이
내가 잠자는 사이에
죽는 늙은이는
훌륭한 임무교대 일까
평생 뒷짐을 끌고 가는 기차
거기에
평생 실려 다니는 짐 꾸러기
산 자의 몫
정에 대한 단상
김익택
석류는 말만 들어도 입 속이 시립니다
탱자나무 울타리는 떠올리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그립던 옛사랑 생각만 해도 그립습니다
귀뚜라미 울고 달빛아래 기러기 날라가고
감나무 가지 사이로 기우는 가을 달만이 달이 아닙니다
비 오다가 갰다가 바람이 불다가 멈추는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하루에도 몇 번 바뀌는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어느 종교에서는 마음을 비우라 하고
어느 종교에서는 마음을 채우라고 합니다
나를 버리고 너를 버리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이며
나의 빈 마음을 채우고 너의 빈 마음을 채우고 나면
또 남는 것이 또 무엇일까요
사람이라면 절로 발생하는 것이 미운 정 고운 정인데
누군가 버리면 주워담고
누군가 주워 담으면 나누는 것이 정입니다
너도 나도 순수 그 바탕 위에 삶이라면
그것이 바로 비우는 것이고 채우는 것이 아닐는지······
혼잣말을 하는 이유
김익택
의미도 없는 말
확인하려고
잊어버린 말을 기억하려 애쓰는 날이 있다
열등심 이랄까
자존심 이랄까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돌아서면 고개 드는 양심
제 자리잡기까지 반나절
꼭 기억해야 할 일 아니면
무관심 해야 하는데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기억을 떠올리지 못해
속 상해하는 날이 있다
너를 위해
김익택
모아 두면 수두룩하게 쌓이는 것이 쓰레기만 아니라
모아두지 않고 버리지 않아도 쌓이는 쓰레기도 있다
습관 무관심 게으름 걸어 다니는 인간에게만 있는 욕구불만
아무리 읽고 배우고 느껴도 실천하지 않으면
저만큼 앞서가는 사람 그림자도 못 밟는다
버리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모우는 것
모우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비우는 것
공기가 들어오게 가슴을 비워 두고 누구나 쉬어 가게
그림자도 비워 두고 네가 내가 알고 있는 기술과 지식
지혜와 교양 나를 위한 너를 위해 비우는 것이 모우는 것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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