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마음의 거울

 

김 익 택

 

 

 

 

 

꺾이고 넘어진 모습

봄부터 가을까지

그 삶의 애기를

누구는 사랑을

누구는 이별을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마음이 고요하면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겨울 연이 던지는 의문

 

김 익 택

 

 

나와 너만 아는

사랑 얘기인가

아니면

죽어도 숨기고 싶은 얘기인가

 

계절을 거스를 수 없어

잎이 무거워 꺾긴 줄기이지만

그 모습이 하나같이

삶의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어떤 연은

살면서 즐거웠다는 듯

또 어떤 연은

지난 삶이

그래도 행복했다는 듯

 

넓은 호수를 캔버스를 삶아

그려 놓은 듯

얽히고 설킨 모습은

보는 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허리 꺾인 연 모습

 

김 익 택

 

 

 

알 듯 말 듯한 모습들

삶이 녹녹하지 않음을

솔직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프면 아픈대로

겨울연의 풍경

 

김 익 택

 

 

지난 여름은

밤도둑같이 짧은 시간

무거운 잎은

찬이슬에 줄기가 꺾여

물속에 잠기고

씨방은 물결에 밀려

저수지 가장자리에

수북이 모여 있다

추억이란

시간과 비례하는 법

줄기가 없는 연은

제 허리를 꺾어

지난 삶을 간곡히 얘기하고 있다

아픔도 즐거움도

모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질문하는 겨울 연

 

김 익 택

 

 

저 연줄기가 나를 보고

의문점을 던진다

생각만 하지 말라고

 

붉게 물들면 또 다르게 보이는

물에 처박은 하트모양 연 줄기가

찌그러져도 선명하게 자신을 보여주고

 

하늘에 비친 저 다이아몬드는

차가운 아름다움을

산그림에 가려 검게 보이는

저 마름모는 어질러진 마음의 표현을

 

생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그림들은

무언가 하고 싶은 얘기를

물 그림자 하는데 몰라 답답하다

 

12월의 양심

 

김 익 택

 

 

 

컈롤 송이 흘러나오는 거리에서

붕어빵 굽고 있는 포장 앞에서

어깨를 움츠리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12월이 오면

생각하지 않으러 해도 한해를 돌아보게 한다

일년삼백육십오일

석가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 아니면

한점 부끄럼없이 열심히 살았다 할 수 있을까 마는

돌아보면 12개월은

내 양심으로도 헛으로 산 삶 많다

하물며 내가 모르는 나태한 삶 또

얼마나 많았을까

양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겨울의 고승준담

 

김 익 택

 

 

 

 

저 연은

죽어서도 못다한 얘기가 많은가

홀로 떨어져 있거나

얽히고 섞여 있는 모습들

들어도 모르는

큰 스님들의 고승준담같이

삶의 의문을 던지고 있다

 

 
 

떠오르는 단어

 

김 익 택

 

 

괘 많은 시간

마지막

위 두 명사 외

떠오르는 것이 없다

 

뇌에서 던져 준

12월 의미

많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게을러서 지나쳤거나 무시

그런 아쉬움

 

사랑해야 한다

아쉬움과 게으름까지

하지만

새해는 포용할 수 없다

뭐 그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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