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길

김 익 택

 

 

마른 낙엽을 밟고 가는 길은

소리는 있어도 발자국은 없지요

하얀 눈을 밟고 가는 길은

소리도 있고 발자국 남깁니다

우리 사랑이 그랬습니다

봄날 하얀 벚꽃속을 거니는 것도

여름 붉은 백일홍꽃 그늘아래 휴식도

가을 노란 은행 단풍잎을 맞는 것도

겨울 하얀 눈을 밟으며 걸었던 길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추억은 길어도 짧은 시간

생애 다시없는 길이었지요

그 보다 더 슬픈 것은

그대가 없으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길

추억만 홀로 걸어갑니다

그대가 없는 길은 꽃 길 따로 없고

행복한 길 따로 없었습니다

그대와 내가 함께해야

아름다운 길이 됨을 알았습니다

 

분산성 붉은 노을

 

김 익 택

 

 

분산성 저녁 노을이

언 몸 녹이듯

돌 하나하나마다

붉은 햇살로 비추고 있다

 

하얀 돌 검은 돌 회색 돌

차곡차곡 쌓아 놓은 돌들이

하나같이 고맙다고 인사하는듯

붉은 빛이 더욱 곱다

 

사위는 붉은 빛이 아까워

바라보는 나그네 가슴이

사랑이 자연만 할까 싶어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녀와 걷던 그 길

 

김 익 택

 

그녀와 걷던 그 길은

바람으로도 찾을 수 없는

기억 속에 숨겨둔 길

세월이 면죄부를 주었던가

나 혼자 이 길을 걷고 있다

긴 머리 휘날리고 있었던가

분홍 스카프가 노을에 물들었던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꼭 쥔 손엔 땀이 배고

떨려서 헛기침만 했다

매번 봐도 설레고

매번 만나도 할말은 잊었다

때때로 훔쳐본 그녀는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영화속의 주인공같이 아름다웠다

사랑이 죄 아닌데

눈물도 모자라 애가 탔다

세상을 짊어지고 갈 만큼

건장한 군인 이어도

그녀 이름 세 글자를 불러 놓고

우물쭈물하는 초라한 청년이었다

편안하게 말해 그녀의 배려에도

아니야 아무것도 그 말을 해놓고

빈 하늘에 날아가는

기러기 한 쌍을 바라보며

제들은 한 쌍인가 봐

그러네 집으로 가나보다

그녀의 그 말 뒤 따라붙는 수많은 말을

머리속은 복잡했다

사랑은 사랑 아니라 그리움이구나

그녀를 곁에 두고 날아가는 기러기 편에

마음을 보냈다

스스로 생각해도 바보 같았지

추억이 그리워서 이 길을 걷는다

맞은 편에서

그 옛날 네 모습 같은

연인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사랑을 잃고

김 익 택

 

 

어디 있을까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을까

날마다 길을 잃은 꿈이 방황하고 있어

생각은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고

눈에 보여도 내 것이 아닌 사랑은

이길 저 길에 넘쳐흐른다

사랑을 잃고 거리에 나선 사람에게

아름다운 질투만 있고 사랑은 없는 것일까

보여줄 수 없는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

거리엔 모두 낯선 사람들 그들이 나를 몰라도

눈 마주칠까 외면하며 걷는다

이런 내가 싫어 시선을 옮기면 보이는 건물

상점에 예쁜 제품들

그것마저 외로움의 은신처를

묻는 질시하는 눈

내 마음의 위로 받을 곳 없어 발걸음을 돌린다

 

 

 

 

 

분산성 봉수대

 

김 익 택

 

 

 

 

천년을 입다문 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분산성은

김해들을 휘감고 돌아가는  

낙동강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신라 고려 조선 전쟁때마다

수많은 죽음이

너무 억울해서 일까

봉수대 아궁이는

어금니를 깨물고

단단한 성벽은

죽은 피같이 검고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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