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김익택
오늘 당신 얼굴 자세히 보니까
세월의 시름이
깊은 나이테를 그렸구려
마냥 잃지 않을 것 같은
부드러운 미소는
삶의 아픔에 잠식당하고
그 자리에 너그러움이 채웠구려
기억의 저편 아름다운 젊음은
딸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있을 뿐
야위고 초라한 체구만 남았구려
그 모습 보고 있는 지금 나
무엇으로 보상할 수 없는
미안한 맘만 가득 차는구려
아내의 충고
김익택
고집 부리지 말아요
그만 참아요
사랑은 이해이며
실망은 관심이 지난치면 간섭
거기서부터 불화가 시작됩니다
차근차근 따지는 사람 되지 말고
조곤조곤 달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관심은 지켜보는 것이고
사랑은 이해의 밑 바탕입니다
설득 용서 화해는
너그러움을 베푸는 아니고
참 마음을 찾는 것입니다
부부
김익택
당신과 나 얼굴까지 닮아가는
세월 30년
눈빛으로 마음을 읽고
얼굴빛으로 생각을 알 수 있지요
그 옛날 풋풋한 젊은 시절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곁에 있어도 늘 그리워
떨어져 있는 하루가 일일여삼추이었지요
그럼에도 사소한 이견
자존심 싸움은 말 꼬리가 씨가 되어
본질은 간곳없고 양쪽 가족사 들먹이며
험악한 분위기 막장에 다 달아
서로 생채기를 스스럼없이 했었지요
지금은 모두 추억 서툰 말이 남긴
미운 정 고운정이 되었지요
부러울 것 없이 아름답던 시절
한 목숨 다 받쳐도 아깝지 않는 시간들은
의리로 남아
부부 예의보다 정으로 삽니다
앞으로 살날 보다 죽을 날이 가깝고
건강한 날보다 아픈 날이 많은 지금은
곁에 있어줘서 든든하고
함께해서 고마운 사람 친구 같이
아프면 불쌍하고 안타까워
눈물이 납니다
언제 누가 시켰습니까
김익택
어린 철새도 그렇고
아기 호랑이도 그렇고
철이 들면 부모 곁을 떠나
제 갈 길을 갑니다
하물며
사람은 두 말할 따위 있겠습니까
부모의 역할은
그때까지의 몫입니다
막노동을 하던 먹고 놀던
성공과 실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했다 해서 자만해서도 안되고
실패했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날씨가 그렇듯이
바뀌는 것이 삶이고 운명입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하기 좋은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안일한 게으름에 젖지 않는다면
하고 싫고 귀찮은
준비하는 과정은 미래의 삶을
얼마든지 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늙어서 웃고 지내는 것이 좋은 것인지
젊었을 때 웃고 즐기는 것이 좋은 것인지
삶을 살아보지 않고서야
실감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것 또한 깊이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기껏 살아야 백 년 그 세월 동안
누구나 시련과 실패는 있는 것이고
기회 또한 있는 것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실패와 절망은 있는 것이고
희망과 성공 또한 있는 것입니다